제1차, 제2차 도련선(島鏈線·Island Chain) 미국이 냉전기에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해상 방어망. 제1차 도련선(First Island Chain)의 경우 일본 규슈 남단부터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등을 연결하는 방어선이다. 또 제2차 도련선(Second Island Chain)은 일본 혼슈, 괌, 사이판, 팔라우 등을 잇는 방어선이다. 중국은 미국과 전쟁 발발 시 제1차 도련선 돌파를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우리의 확립된 방어선은 제1도련선에 있다”며 “그것이 전략의 중심(重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1차 해상 방어선이자 미국의 오랜 중국 봉쇄선인 제1도련선(일본 규슈∼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중심축으로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제1도련선에서의) 병력 태세와 운용은 상징적 존재를 넘어 실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 억제를 위한 한국 등 동맹들의 직접적 기여 증대를 주문했다.
미국의 새 국가방위전략(NDS) 공개를 앞두고 나온 ‘제1도련선 중심축’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 억제, 특히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최우선 대비 과제로 삼아 군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를 분명히 설정했음을 보여준다. 그간 미 행정부 내 고립주의 그룹 사이에선 한국 등 제1도련선에 전진 배치된 미군 전력을 제2도련선(일본 혼슈∼사이판∼괌∼인도네시아) 너머로 옮기자는 후방 배치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제1도련선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 한국이 방어선에서 빠지는 ‘신(新)애치슨라인’ 우려는 덜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동맹들의 기여 증대를 주문하며 아시아 주둔 미군 태세·운용의 변화를 예고한 대목은 우리에게 만만찮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집중할 테니 북한 위협은 한국이 도맡아 달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에는 당장 대규모 감축 같은 급격한 변화는 없겠지만 그 역할이 대만 위기 대응으로 조정되면서 전력의 구성이나 규모가 바뀔 수 있다.
미국이 조만간 새 NDS와 함께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를 위한 글로벌태세보고서(GPR)까지 공개하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변화 방향도 뚜렷해질 것이다. 중국 견제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국방 전략 구체화는 가뜩이나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어려운 처지의 한국을 한층 고난도의 시험대에 올려놓을 것이다. 그 변화가 불러올 안팎의 마찰과 갈등은 한국이 감당해야 할 몫이고 그걸 잘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새 정부의 진짜 역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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