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조직 개편 구상]
민주, 집권시 대대적 정부 조직개편
예산안 확정 8월까지 개편안 마련… 기재부, 예산처-재정부로 이원화
검찰은 기소-공소청, 수사청 분리… 감사원 기능, 국회 이관도 거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가 당 후보로 선출된 뒤 첫 행보로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지금 정부 조직의 틀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정부 조직 개편을 시도했지만 ‘여소야대’ 국면의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정부 조직 개편의 적기가 온다”며 이처럼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 출범 즉시 기획재정부와 검찰에 대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1차로 기재부와 검찰의 권력을 분산시킨 뒤 다른 부처들에 대해 순차적으로 늦어도 8월 전에는 전체 정부 조직 개편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8일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되는 8월까지는 새 정부의 부처 개편 구상이 완성돼야 그에 맞는 예산 책정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 ‘왕부처’ 기재부부터 단계적 조직 개편
민주당 내에선 12·3 비상계엄 직후부터 3, 4개 정책 단위가 경쟁적으로 부처 개편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임기 시작 직후 곧바로 정부 조직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는 시간표에 따른 것.
민주당은 ‘여대야소’ 국면에서 정부가 출범하는 건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처음인 만큼 민주당 집권 시 17년 만에 정부 조직 대수술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예산 편성권을 쥔 기재부 등을 우선 분리한 뒤 내년도 예산 편성에 맞춰 다른 부처들을 개편하는 단계적 부처 개편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일영 의원 등은 28일 국회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기재부의 예산(기획) 분야와 재정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대중 정부 때와 같이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 등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대통령실 권한 강화에 대한 반감 등을 고려해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개편 대상이다. 당 정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를 기능별로 산업부, 통상부, 기후에너지부 등 3개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은 지난 대선 때도 민주당이 냈던 공약이다. 당 관계자는 “에너지를 떼서 환경부와 함께 기후에너지부로 합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통상은 산업 전략과 맞물려 있는 이슈라 별도로 떼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의 지난 대선 공약이었던 과학기술부총리직 신설도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공약 실현을 위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부처 신설도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밖에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산재해 있는 국내외 금융 관련 기능들을 한데 모아 ‘금융부’ 등으로 통합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부처 세분화 및 신설 러시에 대해 “민주당이 ‘큰 정부’를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검찰도 1순위 개편 대상… 감사원-군도 정조준
민주당은 집권 시 기재부와 함께 최우선 순위로 검찰 개편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25일 당 경선 토론회에서 “법률가로 수십 년을 살았는데 이런 검찰을 본 일이 없다”며 당선 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을 기소청이나 공소청, 수사청으로 분리하되, 수사청은 법무부의 통제 범위 밖에 두겠다는 구상이다. 당 관계자는 “검찰과 기재부 개편은 대선 전부터 준비해 정부 출범 직후 실행에 옮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감사원 기능의 국회 이관도 거론된다. 다만 감사원 개편은 개헌이 필요한 만큼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선 국군방첩사령부를 중심으로 한 군 조직 개편도 논의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한 방첩사에 방첩 업무뿐 아니라 군 동향 파악, 신원 조사 등 권한이 집중돼 정치 권력에 악용될 소지가 큰 만큼 방첩 기능을 제외한 다른 업무를 타 본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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