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베트남, FTA로 美관세폭탄 공동 대응 “희토류 공급망 협력”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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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5년뒤 교역 2배로 확대”
베트남 원전-고속철-신도시 개발
한국 기업들 참여로 ‘윈윈’ 기대
‘베트남 희토류+韓기술’ 협력 확대도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왼쪽에서 두 번째), 부인 응오프엉리 여사(오른쪽)와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왼쪽에서 두 번째), 부인 응오프엉리 여사(오른쪽)와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국빈 방한 정상인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의 회담에서 한-베트남 무역 규모를 향후 5년간 두 배가량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무역체계 재편 속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핵심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대규모 미국 무역 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공통점이 있는 한국과 베트남이 미국발(發) 관세 부과로 인해 높아지는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공동 대응해 나갈 여지도 크다는 것. 베트남은 2045년 고소득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연간 7%대의 높은 성장률을 이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원전·고속철도·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양국의 ‘윈윈’ 협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는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전 세계 정상 중 다섯 번째로 취임 통화를 갖고 서울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 대상국이 베트남이라는 것 자체가 베트남을 경제 안보 핵심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한국의 기술 결합”

이 대통령과 럼 서기장은 이날 회담에서 호혜적 경제협력 가속화, 첨단과학기술·재생에너지·핵심광물 등 미래 협력 확대, 인적·문화 교류 강화 등을 담은 ‘한-베트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럼 서기장은 이날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무역을 원활히 하고 상호 시장 개방을 지속해 2030년까지 양국간 교역 1500억 달러 달성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지난해 한국의 3대 교역국(867억 달러)이자 1만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아세안 최대 시장이다. 이 대통령은 회담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주의 확산으로 무기화된 희토류에 대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양국은 베트남의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한국의 기술을 결합하여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올해부터 조성되는 한-베트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중심으로 핵심 광물의 수급·가공·활용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 불리는 희토류는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전 세계 매장량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베트남과의 협력을 통해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80%에 육박하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이재명 정부 신남방 정책 윤곽

이번 회담을 계기로 사실상 이재명 정부의 신남방정책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따라 아세안 공략을 통한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 특히 한국에서 핵심 부품을 조달하고 베트남에서 최종제품을 생산해 미국 등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만큼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틀 안에서 경제협력 및 리스크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3위, 한국은 8위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과 북남 고속철도 건설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을 거론하면서 한국 기업 진출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베트남 동남신도시 사업 도시 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K-신도시의 첫 수출사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럼 서기장은 이날 “동해(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 항행·항공 자유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국제법에 근거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파라셀제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영유권을 두고 갈등 중인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를 낸 것.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공존하고 번영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베트남의 지지와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했고, 럼 서기장은 “남북 대화 재개 노력에 환영과 지지를 보낸다”고 답했다. 2023년 6월 한-베트남 정상회담 당시 언급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 우려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베트남#한-베트남 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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