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협력 확대” 공감 속… 시진핑, 美주도 中견제 경계 메시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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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 통화]
李, 대등한 관계서 협력 확대 희망… 中 ‘한한령’ 해제 기대감 우회 표출
習 “자유무역으로 공급망 안정 보장”… 美中 대립 상황서 韓에 우회 경고
캐나다 G7 美-中 사이 ‘좌표 설정’ 고심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과 통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신화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과 통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신화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전화 통화에서 한중관계 개선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 대통령이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한 가운데 시 주석도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를 강조하며 기대를 드러낸 것. 다만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자”며 한국의 미국 주도 대중(對中) 견제 동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미중이 관세 전쟁 휴전을 위한 고위급 무역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향후 갈등 양상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미중 간 ‘실용 외교’ 기조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李 “호혜평등”, 習 “자유무역” 부각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이 대통령이 30분간 진행된 통화에서 “한중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 아래 경제·안보·문화·인적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브리핑에서 밝혔다. 양국이 대등한 관계에서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그러면서 두 정상은 인적·문화적 교류를 강화해 양국 국민들의 우호적 감정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협력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포괄적인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완화 기류가 포착되고 있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대한 기대감을 이 대통령이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 주석은 이날 “중한(한중) 수교의 초심(初心)을 지키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확고히 견지하며 상호 이익과 ‘윈윈’ 목표를 고수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통상 ‘한중관계에 미국의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는 등의 의미로 중국이 자주 사용해온 ‘수교의 초심’을 강조한 것.

대통령실 발표에는 빠졌지만 시 주석은 대중 견제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을 비판하며 자주 언급해온 다자주의·자유무역 수호도 재차 거론했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공동으로 수호하며 글로벌 및 지역 산업 공급망의 안정과 원활함을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중 간 갈등 상황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

시 주석은 그러면서 “쌍방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하고 양자 관계의 큰 방향을 확고히 해 중한 관계가 항상 올바른 궤도를 따라 발전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대만·남중국해 등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경도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한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강조해온 가운데 이날 통화는 미중 사이 탐색전 성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안 문제와 관련한 ‘셰셰(謝謝·고맙다)’ 발언 등 논란 속에 미중 간 갈등 현안을 우회하며 관계 개선 메시지에 집중했다는 것. 취임 후 첫 한미, 한미일 정상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15∼17일(현지 시간)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사이 ‘좌표 설정’ 숙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한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 정상이 APEC 정상회의든, 어떤 식이든 계기가 된다면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교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시 주석으로서는 11년 만의 한국 방문이 될 텐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APEC 의장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하며 양 정상의 상호 방문 가능성을 시사했다.

● ‘북한 비핵화’ 표현 ‘한반도 비핵화’로 대체

대통령실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 정상과의 통화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고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한중 양국의 공동 이익인 만큼 중국 측은 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 윤석열 정부 시절 한중 정상회담 등 계기에 우리 정부 발표에서 강조됐던 ‘북한 비핵화’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로 대체됐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때 등장했던 ‘북-러 군사 밀착’에 대한 우려도 담기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이날 “두 정상이 지방에서부터 정치 경력을 쌓아왔던 공통점을 바탕으로 오늘 통화가 친근하고 우호적 분위기 가운데서 진행됐다”고 했다. 성남시장을 통해 정계에 발을 들인 이 대통령과 유사하게 시 주석도 20년 이상 허베이, 푸젠, 저장, 상하이 등 지방정부를 거쳐 중국 최고 서열의 자리에 올랐다.

#한중관계#APEC#한반도 평화#한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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