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 통화로 본 李 실용외교
美, 실리적 접근으로 골프 합의
日, 과거사 대신 미래 협력 강조
中, 지방행정 경험 언급 공감대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2025.06.06.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한반도 주변 핵심 강국과 첫 정상 통화를 마무리하면서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외교 기조인 ‘실용외교’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6일 트럼프 미 대통령과 가진 20분간의 통화에서 ‘윈윈(win-win) 협상’을 강조했다. 대선 과정에서의 피습 경험 등 개인적 공통점을 언급하며 친근감을 쌓는 한편,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해선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며 실리적인 접근을 내세운 것. 관세 협상을 앞두고 “실무협상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자”는 정상 간 공감대는 물론 협상 상대로 녹록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방미 초청과 골프 회동 합의도 끌어냈다.
이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 통화에서 대선 과정에서 강조해 온 “외교 근간은 한미 동맹”이라는 외교 기조를 이어 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첫 통화가 상견례 형식의 탐색전에 가까운 만큼 두 정상 간 ‘케미스트리(화학적 결합)’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국익 극대화에 방점을 둔 만큼 통화 이후 당장 다음 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의 대면이나 실무협상단의 성과에 따라 대미 외교 방향도 구체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미 백악관이 이 대통령 취임과 관련한 논평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을 견제하는 이례적인 반응을 낸 것이나, 정상 통화 관련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것을 들어 임기 초반 성급히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총리와 가진 25분간 통화의 키워드로는 ‘성숙한 한일 관계’가 꼽힌다. 이 대통령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과거사 등 민감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미래 협력’ 메시지에 집중하면서 한일·한미일 협력과 관련한 외교 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시바 총리 역시 미중 패권 경쟁과 북-러 밀착 등 급변하는 외교 환경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화답했다.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이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15일부터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때문에 16일 서울에서 예정된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 기념 리셉션에서 해당 영상이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19일 도쿄(東京) 주일 한국대사관 리셉션에 직접 참석할 계획이다.
10일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선 ‘호혜 평등’ 원칙이 부각됐다. 시 주석이 “중한(한중) 수교의 초심(初心)을 지키자”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를 강조한 데 대해 이 대통령은 한중이 동등한 위치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습 경험을 공유한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도 지방행정 경험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통화 시간은 30분으로 3국 정상 중 가장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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