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美日中 정상 연쇄 통화… ‘줄타기’ ‘일방향’ 아닌 교량 외교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0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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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제공, 동아일보 DB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통화에서 “한중 양국이 호혜평등의 정신 아래 경제 안보 문화 인적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요 관심사를 존중하고 올바른 궤도를 따라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국민이 우호 감정을 높이고 체감할 수 있는 협력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졌다.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새 정부의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기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통화 순서일 것이다. 하지만 “셰셰” 발언 같은 이 대통령 언사를 둘러싼 논란과 그에 따른 친(親)중국 이미지는 이재명 외교의 첫걸음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 “중요성이 더욱 증대하고 있는 한일 관계” 같은 외교적 수사 없이 담담하게 한중 교류·협력을 주문한 것이 오히려 눈에 띈다. 친중 이미지 불식을 위한 톤 조절이 아니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백악관에서 ‘중국의 영향력 우려’라는 뜬금없는 반응이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도 늦어지면서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게 불과 며칠 전이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시험대에 든 지는 이미 오래다. 우리 외교의 중심축은 미국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는 없다. 미국과의 동맹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중국과 척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은 최근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각각 협력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마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경고 메시지도 던졌다.

전임 두 정부는 각각 ‘균형 외교’와 ‘가치 외교’를 내세웠지만 줄타기식 저자세와 경직된 일방 직진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세계적 진영 대결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유별난 초강대국 지도자가 기존 질서를 흔드는 작금의 정세는 한국 외교에 위기만이 아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을 강요당하는 낀 신세가 아니라 새 질서를 함께 만드는 교량국가 역할을 모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중견국 외교를 위해선 무엇보다 당당하고 유연해야 한다.


#이재명#시진핑#한중 관계#경제 안보#외교 협력#한미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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