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공동언론발표에서 시계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도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23일 채택한 한일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대북 정책에 있어 양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만 북핵·미사일 대응과 중국 견제 등을 두고 두 정상은 미묘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공동 언론 발표에서 “저는 힘이나 위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뜻도 (이재명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했다.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등을 견제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은 공동 언론발표문에는 빠졌다. 한미일 정상은 2023년 ‘캠프 데이비드’ 공동선언에서도 “힘에 의한 또는 강압에 의한 그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이시바 총리의 발언에 대해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저희는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시바 총리가 일본의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밝혔지만 양측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지 않아 관련 표현을 공동 언론발표문에서는 제외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한 표현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한 반면에 이시바 총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일한미 3국 간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이시바 총리는 ‘북한 비핵화’를 각각 언급한 것. 통상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전역에서 핵위협을 제거한다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된다.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선 북한 비핵화를 자주 사용하고 있다. 다만 한일 공동 언론발표문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납북자 문제에 대해선 이시바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이 대통령께서 지지를 표명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직접 언급했으나 이 대통령은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공동 언론발표문에는“양 정상은 납치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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