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시바와 113분 회담… 美 관세-국방비 압박속 ‘韓日협력’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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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정부 “상당 시간 대미관계 주제 대화”
李 “통상-안보 국제질서 요동” 강조… 이시바, 李에 ‘트럼프 회담 경험’ 전해
韓日 “수소-AI 등 미래산업 협력”… 위안부-징용 등 민감 현안은 안 다뤄

손잡은 韓日 정상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 정상은 1시간 50분가량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비핵화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공조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언론발표문’을 공개했다. 도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손잡은 韓日 정상 이재명 대통령(왼쪽)이 23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 정상은 1시간 50분가량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비핵화 의지 재확인, 대북 정책 공조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언론발표문’을 공개했다. 도쿄=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통상 문제나 안보 문제 등을 두고 국제 질서가 요동을 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과 미중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미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 요구의 타깃이 되고 있는 만큼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커졌다는 것.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의 중대 전환점이 됐던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최악으로 치닫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복원된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17년 만에 한일 정상 공동문서 발표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113분간 이어진 정상회담 직후 2000자 분량의 ‘한일 정상회담 결과 공동 언론발표문’을 발표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이번이 두 번째지만 한일 정상회담 결과가 문서로 발표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래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찾은 것은 제가 최초”라며 “한일 정상회담 뒤 결과를 공동 문서로 발표하는 것도 17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채택한 발표문에는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언급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했다’는 내용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강조한 것.

이 대통령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너무 가깝다 보니 불필요한 갈등도 가끔씩은 발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해결하고,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것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를 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협력해 가는 것이 양국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 일본, 한국의 정치권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일본군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일본 후쿠시마산(産) 농수산물 수입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성락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은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을까, 어떻게 다룸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추동할 수 있을까 하는, 다소 철학적 인식과 기본적 접근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 “이시바, 트럼프 회담 경험 전해줘”

두 정상이 채택한 공동 언론발표문에는 정상급 셔틀외교 재개 등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5대 분야 합의가 담겼다. 이에 따라 이시바 총리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올해 일본이 의장국을 맡은 한일중 정상회의를 위해 이 대통령은 다시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경제, 안보 분야 관련해서는 현재 전략 환경하에 양국 간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9년 만에 재가동된 차관급 전략 대화를 이재명 정부에서도 이어가는 등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 또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저출산·고령화 등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문제 협력을 위한 당국 간 협의체 출범 등도 담겼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한 논의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한일 정상은 회담과 만찬까지 약 3시간 30분 동안 다양한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며 “상당한 시간을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에 할애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일본 측에서 일본의 경험과 그동안 느꼈던 점들을 우리에게 ‘도움말’ 형태로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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