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李 “안보환경 변화 따라 동맹 현대화”… 위성락 “美와 큰 방향서 의견 일치”
미국산 첨단무기 구입 뜻도 내비쳐… 주한미군 유연화 회담서 논의 안해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정책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국방비를 증액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해 온 ‘동맹 현대화’를 수용해 한국이 북한 대응 등 한반도 안보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선언한 것.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물론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에 국방비 지출 증액을 요구해 온 가운데 이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동맹 부담 분담(burden sharing) 확대를 약속한 것. 다만 이 대통령이 반대 입장을 밝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이번 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으면서 후속 협상으로 미뤄지게 됐다.
● “동맹 현대화 큰 방향에서 의견 일치”
이 대통령은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국방비 지출 증액 방침을 밝히며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락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국방비 증액 부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먼저 거론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맹 현대화의 주안점은 변화하는 주변 정세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을) 현대화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현대화한다는 것”이라며 “큰 방향에서는 의견의 일치가 이뤄지고 있다.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아시아 동맹국에 나토 회원국과 같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 지출을 확대할 것을 요구해 왔다. 중국을 제외한 북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동맹국들의 자체 국방력을 높이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정부는 단계적 국방비 증액 계획과 함께 민군 연구개발(R&D) 등 안보 간접 비용을 합쳐 순차적으로 5% 기준을 맞추는 방안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언급한 미국산 무기 구매도 동맹 현대화의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위 실장은 “무기 구매 요구까지 있진 않았지만 미국 방산업 중에서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대한 언급들은 있었다”면서 “우리는 첨단 등 꼭 필요한 무기를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간 의견에 일치가 있었다”고 했다.
● 주한미군 재편은 실무 협의로 넘겨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아 향후 실무 협상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공개 지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분쟁에 연루될 가능성과 대북 대비태세 악화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도 24일 기내 브리핑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주한미군 규모와 전력 재조정 문제도 이번 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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