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상속받은 집, 안팔고 계속 살 수 있게 법 고치자” 현장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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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상속세 공제 상향-재정 확장 강조
“가족 죽은 것도 억울한데 내쫓겨… 공제금액 올려 이사 안가게 할것”
정책실장에 ‘한도 18억’ 상향 지시
확장재정 비판엔 “이러다 경제 죽어… 배고파 일 못하면 외상으로 먹어야”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 공제한도를 18억 원으로 상향하도록 지시한 것은 상속세가 과도한 부의 대물림을 방지하려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상당수 중산층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서울 아파트 평균 값의 6∼7배에 달했던 상속세 공제한도 10억 원은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인 12억7000만 원보다도 낮아진 상태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국가 재정 건정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일축했다.

● 28년 묶인 상속세 공제한도 푼다

11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완화와 관련된 질문에 “일반적 상속세를 낮추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가족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죽었다는 이유로 아무 수익 없이 갑자기 세금을 내야 돼서 내쫓긴다,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답했다. 이어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 금액을 올려서 세금 때문에 이사 안 가고 계속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상속세 공제한도는 10억 원(일괄 공제 5억 원+배우자 공제 최소 5억 원)으로 1997년 이후 28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당시 1억5000만 원 내외였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올해 7월 기준 12억2000만 원(한국부동산원 기준)을 넘기며 7배 이상 뛰었다. 서울에 일반적인 아파트 한 채만 가지고 있어도 상속세를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속세가 ‘부의 대물림 방지’라는 목표를 잃고 중산층의 세금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 대선 당시 상속세 공제한도를 18억 원(일괄 공제 8억 원+배우자 공제 최소 10억 원)으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날 집주인이 사망하고 배우자와 자식이 남았는데 집이 10억 원을 넘으면 30∼40%의 세금을 내야 한다”며 “돈이 없으니까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데 너무 잔인하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는 시세 15억 원 아파트 한 채를 배우자가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자녀 한 명이 물려받을 때 약 8500만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 대통령의 구상처럼 공제한도가 18억 원으로 높아지면 상속세는 ‘제로(0)’가 된다.

법 개정은 빠른 시일 내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향해 “말했으면 지켜야 하니까 이번에 개정하지 않을까 싶은데 혹시 개정 내용 아시나”라고 물은 뒤 현장에서 “이번에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자”고 곧바로 지시했다. 이에 김 실장은 “정책위와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상속·증여세 개편이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국회에는 의원안으로 관련 내용의 상속세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안에 담겨 있지 않더라도 의원안을 통한 상속세법 개정은 여야 논의를 거쳐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배고파 죽을 정도면 외상으로 밥 먹고 일해야”

이 대통령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질문에 “저번 정부가 2∼3년 동안 했던 것처럼 세금 깎아주고 재정 없으니까 안 쓰고 이러면 잠재 성장률 이하로 성장이 돼 올해 1분기(1∼3월)처럼 (경제성장률이) ―0.2%가 된다. 경제가 죽는다”며 “아끼는 건 좋은데 배고파 가지고 막 일을 못 할 정도면 그 외상으로 옆집 식당에서 밥 먹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 빚지면 안 된다’면서 칡뿌리 캐 먹고, 맹물 마시면서 일 못 하고 그러면 죽는다. 경제를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로 100조 원 넘는 국채가 발행되면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국고채 발행량은 166조 원이다.

이 대통령은 “국채 규모의 절대액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국채를 발행하면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이 약 50%를 약간 넘는 그 정도가 될 것인데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대개 100%가 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속세#공제한도#확장재정#국가 재정 건전성#국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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