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인사한 뒤 이동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며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범죄자다!” “재판을 속개하라!”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은 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야당 탄압 규탄대회’를 열었다. 전날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야당 탄압이자 ‘정당 해산 전초전’으로 규정하고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것이다.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것은 2022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이후 3년 만이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색 마스크·넥타이에 검은 계열의 옷을 입고 가슴에 ‘자유민주주의’가 적힌 근조 리본을 단 채 로텐더홀을 가득 메웠다. 맨 앞에 선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은 영정 사진을 본뜬 ‘근조 자유민주주의’ 팻말을 들었고, 다른 의원들은 ‘야당탄압 불법특검’ ‘명비어천가 야당파괴’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오전 9시 39분경 국회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국회로 들어서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범죄자가 왔다!” “꺼져라!” 등을 외치며 항의했다. 마중을 나간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정신 차려라!” “입법부 수장이 쪽팔리지도 않냐” 등의 고성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 등에게 고개를 숙여 짧게 목례한 뒤 별다른 말 없이 본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장 대표는 앞선 의원총회에서 “이제 전쟁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22년 9월 김현지 당시 보좌관(현 대통령제1부속실장)이 “의원님 (검찰)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쓴 ‘전쟁’ 표현을 똑같이 사용한 것이다. 송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일당독재로 나아가겠다는 무도한 이재명 정권에 맞서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장 대표 등 지도부는 시정연설에 앞서 이 대통령과 우 의장, 여야 대표단이 참석하는 사전 환담회에도 불참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장 대표는 시정연설 이후 간담회에도 불참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하면서 텅 빈 국민의힘 의원석을 바라보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일제히 기립해 박수를 치며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의 연설 중에는 총 33번의 박수를 보냈고, 연설이 끝나자 “이재명 대통령”을 20여 차례 연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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