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국방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최고의 역량을 갖추길 원한다.”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인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전쟁)장관은 4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를 승인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핵잠 건조를 위한 한미 협의의 주무 부처인 국방부 장관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commitment)을 재확인한 것. 헤그세스 장관은 핵잠에 대해 “진정성 있는 논의(good-faith talks), 진정성 있는 협의(good-faith discussions)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미 간 실무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핵잠 건조 장소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내 소관을 벗어난다”면서 “국무부, 에너지부와 긴밀히 협력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신중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핵잠을 미국에서 건조할 것을 제안한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핵잠 연료를 공급하면 한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요청한 가운데 한미 간 핵잠 건조에 대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놀라운 조선업을 보유한 나라”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우리는 앞으로 수상함이든 잠수함이든 훨씬 더 많은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현재 한미 조선협력은 미 해군 군함 중에서도 비전투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머물러 있다. 수십조 원대 초대형 프로젝트인 한국 핵잠 건조 사업이 시작되면 미 해군 비전투함과 전투함 건조 등을 한국이 수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구도 자체가 바뀔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한국의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하면서 핵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장관은 헤그세스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흔들림 없는 약속이다. 대한민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으로 핵무기 개발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방부는 미국에서 핵잠 연료를 공급받으면 한국이 자체 기술로 2030년대 중후반 핵잠을 진수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지금까지 확보한 핵심 기술과 국가 역량을 결집하면 우리 기술로 핵잠 건조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미국 측과 협의해 핵잠 연료를 확보하고 2020년대 후반 건조 단계에 진입하면 2030년대 중후반 선두함 진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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