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발빼는데 온실가스 감축 높인 정부… “산업경쟁력 타격”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당정, 감축 목표 53∼61% 가닥
이르면 다음주 유엔에 목표 제출… 정부 예산 10년간 총 191조 달할듯
당초 48% 제시했던 기업들 당혹… “탄소배출권 비용 5년간 5조 달해”

손 맞잡은 당정대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손을 맞잡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손 맞잡은 당정대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손을 맞잡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2018년 배출량 대비 ‘53∼61% 감축’하는 방안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현행 목표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다. 최종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번 주 열리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다음 주 유엔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9일 정부·여당이 ‘53∼61% 감축’으로 사실상 확정한 데 대해 “정부의 감축 이행 계획이 담대하고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세계에 공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경쟁력 저하 및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했다. 앞서 산업계에선 이보다 낮은 48% 감축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정부에 의견을 전했다.

● 2035년 온실가스 감축 정부 예산 28조 원 전망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9160만 t이다. 이 때문에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7억4230만 t) 대비 53%를 감축하려면 2035년 배출량은 3억4888만 t으로, 61%까지 줄이려면 2억8950만 t으로 줄여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3억4272만∼4억210만 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여야 하는 셈이다. 최근 6년 동안 감축한 양의 몇 배를 향후 10년 동안 더 줄여야 한다.

비용도 만만찮게 필요하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 예산은 16조8006억 원에 이른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 500만 t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35년까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매년 10%가량 예산을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계획대로 예산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035년에는 연간 투입 예산이 28조 원을 넘어서고 2026년부터 10년간 총 투입 예산은 19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미국, 영국, 독일보다 낮고 캐나다보다 높으며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달 10∼21일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사실상 불참하는 등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에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은 감축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너무 적극적으로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주요 기업들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 크게 늘 듯”

산업계는 목표 수준이 당초 정부안보다 더 강력한 ‘53∼61% 감축’으로 정해지자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산업계는 4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화학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등 8개 업종별 협회 명의로 공동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2035 NDC 감축 시나리오와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안이 산업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산업계는 NDC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배출권 할당이 연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배출권을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데, 배출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5년간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주요 18개 기업의 탄소배출권 구매 비용만 약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철강업계의 상황이 심각하다. 정부가 감축 핵심 수단으로 제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2037년부터 단계적 도입이 가능하지만, NDC 목표 시점은 이보다 2년 앞선 2035년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대안 없이 목표만 상향하면 결국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며 “수출 경쟁력 약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석유화학업계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주요 기업들이 1년 이상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기요금마저 최근 3년간 70% 가까이 급등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48% 감축안도 전문가 50여 명이 1년 이상 현실을 면밀히 검토해 도출한 도전적인 목표였다”며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면 기업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실가스 감축#탄소중립#배출권 거래제#기후변화협약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