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자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팀이 검찰 수뇌부의 ‘항소 금지’ 지시로 항소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 표명하는 등 파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 설치된 게양대에 걸린 태극기와 검찰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2025.11.9 뉴스1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자,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적 관심이 큰 부패 사건의 1심에서 일부 무죄가 나온 뒤 상급심 판단을 구하지 않은 결정이 검찰의 통상적 대응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논란의 핵심은 1심 재판부가 검찰이 제기한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법리 판단에 따라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김 씨를 비롯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남욱 변호사 등 5명에게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 측에게 이익금 중 일부인 428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김 씨가 유 전 직무대리 측에 428억 원을 주기로 한 사실관계는 맞다고 보면서도 ‘428억 원 약정은 배임죄 부분에 이미 속한다’며 법리적으로 무죄로 판결했다”면서 “이런 사안은 보통 항소로 다퉈 본다. 검찰 입장에선 상급심 판단을 구하는 것이 그간의 통례”라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이 부동산 개발 비리 사기·횡령으로 범죄수익 규모와 사회적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하면, 일부 무죄 부분이라도 항소심에서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통상 ‘구형 형량의 3분의 1 이상이 선고되면 항소하지 않는다’를 실무 기준으로 삼는 것을 고려하면 항소 실익이 적다고 본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1심 재판부는 대장동 사업 실무 책임자로 지목된 유 전 직무대리에게 검찰 구형(징역 7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을, 정민용 변호사에게도 구형(징역 5년)보다 높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9일 공동 입장문에서 이 점을 들어 항소 포기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3분의 1’ 기준은 절대적 잣대가 아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구형의 3분의 1 이상이 선고돼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는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일 때”라며 “공소사실 전부 혹은 일부에 무죄가 선고되면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한다”고 했다. 특히 1심에서 검찰이 적용한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만 인정된 부분은 상급심에서 법리 검토를 받아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검찰의 무분별한 상소 관행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9월 국무회의에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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