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제주항공 블랙박스 ‘사라진 4분’ 왜?…보조전력장치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2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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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는 제주항공 여객기 동체가 천에 쌓여 있다.2025.1.12/뉴스1 ⓒ News1
무안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에는 전력공급중단(셧다운)에 대비해 블랙박스에 전력을 공급할 보조전력장치(RIPS)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블랙박스는 비상시 최후의 상황을 기록하는 장치인 만큼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보조전력장치 탑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2018년부터 의무화됐지만 사고기는 관련 규정 시행 전에 도입돼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다.

12일 국토부와 항공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보조전력장치는 기장과 관세자 간 교신 등 조종실 음성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인 ‘음성기록장치(CVR)’에 부착하는 일종의 보조 배터리다. 셧다운 상황에서도 CVR에 9분 이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국토부가 고시한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 기준’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 이후 국내도입된 항공기는 CVR에 보조전력장치를 설치해야만 운항할 수 있다. 해당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았고 2017년 국내로 들여온 사고기도 설치 의무를 적용받지 않았다.

문제는 보조전력장치 없이 운항하는 기종이 더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항 중인 사고기 동일 기종(보잉 737-800) 101대 중 보조전력장치 탑재율은 50% 미만이다. 두 대 가운데 한 대에는 보조전력장치가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보조전력장치 탑재율이 저조한 원인으로 비용 절감을 꼽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는 해외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임대(리스)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안전 성능을 더 강화할 유인이 낮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기 역시 유럽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에서 임대해 들여온 비행기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비행교육원장은 “LCC 대다수는 기존에 운영하던 항공기를 재구매하거나 신형을 구입하더라도 최소한의 옵션만 부착하는 것이 대다수”라며 “새롭게 보조전력장치를 부착하는 것도 비용이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CVR에 보조전력장치 설치가 의무화 된 것과 달리 또 다른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에는 해당 의무가 없다. FDR은 비행 경로, 속도 등 전자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항공기가 셧다운이 되면 전자 신호가 모두 사라져 기록할 데이터 자체가 없다보니 굳이 전력보조장치를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항공#무안공항#블랙박스#보조전력장치#음성기록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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