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총장 김동원)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학교의 역사와 정신을 조명하는 특별전을 1일부터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120년의 高(고)·動(동), 미래지성을 매혹하다’를 주제로 고려대 박물관 제1·2 기획전시실과 현대미술실, 인촌 갤러리에서 오는 12월 20일(토)까지 열린다.
전시는 고려대학교의 이름을 이루는 다섯 글자 ‘고(高)·려(麗)·대(大)·학(學)·교(校)’를 중심 주제로 구성됐다. 국보 및 보물을 포함한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다양한 유물과 학교사 자료 등 총 120건으로 구성된다.
혼천의 및 혼천시계 국보
교과 과정에서도 수록된 국보 혼천의와 혼천시계, 보물 삼국사기 외에도 국보 동궐도, 분청사기인화국화문 태항아리, 용감수경 등이 전시되며 현전 최고(最古) 추정 훈민정음 언해본,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발전소인 ‘전기등소(電氣燈所)’의 위치가 기록된 경복궁배치도 등 희귀 유물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대표 유물인 혼천의 및 혼천시계는 1669년 조선의 천문학자 송이영이 제작한 정교한 과학기기로, 전통 혼천의에 서양 기계식 시계 원리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 시계 제작 역사에서도 높은 독창성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받는다. 조선 지식인의 과학적 사고와 정밀한 제작 기술이 집약돼 있다. 현재 이 유물은 우리나라 만 원권 지폐의 뒷면에도 그려져 있다.
동궐도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유물인 동궐도는 창덕궁과 창경궁의 전경을 정밀하게 그린 16책 화첩으로, 왕실 건축과 조경의 미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반적으로는 복제본이 전시되지만 이번 특별전에서는 실물 원본이 2주 간격으로 교체 전시된다. 특히 펼쳐진 동궐도 앞에 서면 두 궁궐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져 마치 궁궐 안에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느낀다. 건물, 시설물, 자연 경관과 조경 요소까지 정밀하게 묘사돼 있어 당시 궁궐의 원형 정보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훈민정음언해본훈민정음 언해본은 국어학자인 박승빈 선생이 소장했던 자료로 1446년에 간행된 《훈민정음》의 〈예의〉 부분을 번역한 언해본이다. 언해 방식은 한문 구절 분할, 토 달기, 동국정운식 한자음 표기 후 두 줄로 자석(字釋) 전체 번역을 제시했다. 또한 원 한문본과 달리 치음자 규정이 추가됐다. 서강대 도서관 소장 《월인석보》 속 ‘세종어제훈민정음(世宗御製訓民正音)’과 달리 서명이 ‘어제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으로 표기되어 있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서로 ¤¤디 아니¤¤’가 아닌 ‘나랏말소리 듕귁에 달라 문로 서로 흘러통티 몯¤논디라’로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분청사기인화국화문 태항아리(내외항)분청사기인화국화문 태항아리는 조선 왕실에서 왕자, 왕녀의 태(胎)를 담기 위해 사용된 항아리로, 내항과 외호를 함께 사용해 태를 담고 기념비를 세우는 습속에 따라 묻었다. 고려대 이공대학 부근에서 공사 중 발견된 이 태항아리는 내외항을 모두 갖췄다. 15세기 중엽 작품으로 뇌문대와 연판문대, 국화문대, 복사문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발견 당시 내항은 망태기에 싸여 있는 채로 외항에 담겨있었다.
고려대 박물관은 전시기간 동안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 관람을 진행한다. 또한 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단체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 신청을 받는다. 도슨트 프로그램은 최소 5인부터 60명까지 신청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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