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개 때려달라” “매도하라하셈”… 주포 주문한 수량-가격대로 거래
7초만에 매도 상황 재구성 집중… 주포 “金, 1차 주가조작 알았을수도”
檢, 대선후 김건희 불러 조사 할듯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이른바 ‘7초 매도’가 이뤄진 2차 주가조작 단계의 ‘주포’(주가조작을 지휘하는 사람)를 불러 조사했다.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진 ‘7초 매도’ 관련 상황을 재구성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관련자 진술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고검이 지난달 재기수사(재수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자들의 진술이 달라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검찰이 조만간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검 형사부(부장검사 차순길)는 28일 오후 주포 김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4시간 반 동안 조사했다. 김 씨는 2차 주가조작 시기인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하며 시세 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27일 블랙펄인베스트 임원 출신인 민모 씨도 불러 조사했다. 민 씨는 김 여사의 주식 거래 내역을 엑셀 파일로 따로 정리해 둔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은 두 사람에게 ‘7초 매도’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결과 김 씨는 주포로 한창 활동하던 2010년 11월 11일 오전 11시 22분 ‘12시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민 씨는 ‘준비시키겠다’고 답했다. 11시 44분에 김 씨가 ‘매도하라하셈’이라고 하자 7초 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3300원에 8만 주가 매도됐다. 김 씨가 주문한 수량과 가격대로 김 여사 계좌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2차 시기’ 주가조작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1차 시기 때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간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주가조작 사건의 전주였던 이모 씨도 21일 조사한 상태다. 이 씨는 부인과 회사 직원들 계좌 등을 동원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일당의 ‘전주’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김건희 여사와 비슷한 면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도 이런 정황을 근거로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매도 요청을 받고 주문을 체결한 것으로 의심했다. 그러나 김 씨는 “권 전 회장에게 물량을 달라고 했지만 해당 물량이 김 여사 계좌에서 나온 경위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회장도 “김 여사와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부정했고, 김 여사 역시 지난해 7월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권 전 회장과 통화하고 매매한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권 전 회장에 대한 조사까지 마친 다음 김 여사 출석을 조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한 출석 통보는 6·3 대선 이후가 될 거란 관측이 유력하다. 검찰은 김 여사 조사에 앞서 이 전 대표와 권 전 회장을 조사해 당시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 여사가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 여사 측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둘러싼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건강상 이유 등을 담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불응했다.
검찰 내에선 김 여사를 포함해 모든 관련자의 조사를 마치면 김 여사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고, 재수사 이후 상황이 달라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특검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검찰로선 부담인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자들의 유죄 확정 판결 이후 주가조작 가담자들의 진술도 일부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의 수익 규모를 23억 원으로 적시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지난해 10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확한 산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 이외의 수익까지 포함한 전체 수익을 추산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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