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전공의 현장 복귀, ‘지역 필수과’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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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17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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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포기 72.1%가 ‘필수의료’…열악한 환경, 법적부담 토로
최우선 조건 ‘신뢰회복’…정부 물론 사제-동료-환자와 시급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7.14/뉴스1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7.14/뉴스1
의과대학 학생들에 이어 사직 전공의들도 돌아오리란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바이탈과’(필수의료 분야) 사직 전공의들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열악했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 부담을 줄여야만 사명감으로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교수, 기복귀자 등 의료계 내부 신뢰도 회복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수련 재개에 대한 요구사항을 확정할 예정이다. 해결이 시급한 사안을 추려, 정부·국회 등에 제안하고 복귀를 이끈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앞서 대전협이 전국 사직 전공의 8458명 대상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전공의들이 꼽은 복귀 선결 조건(복수응답 가능) 1순위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76.4%)였다.

‘재검토’ 요구의 범위가 방대한 데 대해 대전협은 “재검토는 굉장히 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 중”이라며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 현장의 사법 리스크 완화를 택한 모양새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7.14/뉴스1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7.14/뉴스1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난 대전협은 수련환경 개선 등 당면 과제, 중장기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 가기로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요구사항이나 수련재개 시기 등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앞선 설문에서 ‘수련을 재개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전공의 중 72.1%는 병원에 반드시 개설돼야 할 중증·핵심의료 분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신경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에 종사한 이들이었다.

대전협의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 수련포기 선택자 중 88%가 이들 중증·핵심의료 전공의들이었고 과 변경 선택자 중 94.1%도 중증·핵심의료 전공의들이었다. 김재연 대전협 비대위원은 국회에서 “중증·핵심의료과의 재건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비대위원은 “일방적인 정책 추진 실행 방안에 의해 수련 중단을 고민했거나 앞으로 수련받을 과를 선택할 때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수련 중단이나, 과 변경을 고민한 비율이 중증 핵심 의료 과목에서 1.6배 정도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수련을 포기한 비율은 과목 관계없이 비슷했지만, 의도치 않은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과 불합리한 수련 환경으로 포기한 비율은 중증·핵심의료과목 전공의들이 각각 법적 부담 2.15배, 불합리한 수련 환경 1.3배 더 많았다”고 전했다.

중증·핵심의료과에서는 다뤄야 할 중증 난치 질환이 많은 만큼 필연적인 환자 수도 많다. 부족한 지도 전문의 수는 교수의 업무에도 차질이 크다. 결국 전공의는 기대와 현실의 큰 괴리로 쉽게 지치고 중도 이탈도 불가피하다는 게 대전협 설명이다.

따라서 근로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고 피교육자로서 잘 배워 뛰어난 의사가 되는 게 환자와 국가 보건의료에 기여하는 길 아니겠냐고 대전협은 반문했다. 아울러 의사 개인의 과실을 떠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큰 책임만 지우는 게 누구를 위한 일이냐고도 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대한전공의협의회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전협 김재연 비대위원이 발제하고 있다. 2025.7.14/뉴스1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대한전공의협의회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에서 대전협 김재연 비대위원이 발제하고 있다. 2025.7.14/뉴스1
얼마나 많이, 특히 수련포기를 고민 중인 전공의들의 복귀까지 이끌기 위해서는 지목된 요인들이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는 ‘신뢰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대전협은 대한의학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 의료계 ‘스승’격 단체들과 차례로 만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 그리고 대한수련병원협의회와도 수련재개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만남을 가졌다. 기복귀 또는 잔류 전공의 동료들과 어색해진 관계는 개선해야 한다.

오는 18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관련 견해를 묻는 국회 복지위원들에게 “전공의 등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균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수련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혜성 조치는 없어야 한다는 사회적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국회는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성 조치가 아닌, 법령의 범위 안에서 형평성 논란이 없는 상식적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의료공백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과 관련 입법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환자기본법 등 관련 법안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향후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만남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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