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한 아버지 이불로 싸서 나와” 물바다에 옥상 대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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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남부 ‘괴물 폭우’]
‘200년만의 폭우’ 충남 피해 현장
농장-축사 흙탕물 잠기고 車 떠다녀
일부 주민 “교량 공사 탓” 인재 주장

17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일대가 집중호우에 침수돼 있다. 2025.7.17 뉴스1
17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일대가 집중호우에 침수돼 있다. 2025.7.17 뉴스1
“새벽 6시쯤에 집에 물 찼다고 부모님한테 전화가 와서 허겁지겁 달려왔네요. 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허신디, 차도 못 들어와서 아버지를 이불로 싸서 부축하면서 겨우 빠져나왔어요.”

17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조림초등학교에 마련된 집중호우 대피소에서 만난 김상범 씨(51)는 새벽 천안에서 달려와 아버지를 대피시키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날 기자가 찾은 충남 피해 지역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농장과 축사는 흙탕물에 잠겼고 차와 농기계가 물에 떠다녔다. 일부 축사에선 소들이 물에 갇힌 채 고립되기도 했다.

17일 오전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서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이 보트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예산=뉴스1
17일 오전 충남 예산군 고덕면에서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이 보트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예산=뉴스1
대피소에서 약 10분 거리인 삽교읍 하포리·용동리·성리 마을은 삽교천 제방 일부가 유실되며 물이 1m 이상 차올랐다. 도로는 완전히 침수돼 어디가 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집과 비닐하우스는 지붕만 겨우 드러난 채 잠겼고, 도로 위에는 토사가 쓸려 내려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찰차와 구급차,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미처 마을을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은 건물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하포리에서 40여 명, 성리 10여 명, 용동리 5명 등 총 50여 명이 옥상에 고립됐다. 구조대는 오전 11시쯤 보트를 투입해 지붕을 오가며 구조작업에 나섰다. 이순자 씨(71)는 “빗소리가 천둥 같았고, 대피할 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피해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했다. 김종규 하포1리 이장은 “그동안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이렇게 마을이 잠긴 적은 없었다”며 “한 달 전부터 마을 인근에서 교량 공사를 해왔는데, 그쪽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집중호우#침수 피해#제방 유실#자연재해#주민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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