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잠기고 호남고속道 통제… 대구 車-주택 침수신고 빗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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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남부 ‘괴물 폭우’]
광주 맨홀도 역류… 대피소 10곳 마련
밀양선 요양원 일대 잠겨 환자 대피… 밀려든 토사에 매몰됐다 구조도
정부, 재난특교세 25억 긴급 지원

턱밑까지 차오른 물에… 고립된 주민 구조 밤 사이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17일 오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리에 갇혔던 마을 주민이 119특수구조대의 도움으로 고립 지역에서 보트로 빠져 나오고 있다. 이날 충남 서산에는 500mm 이상 강수량이 관측되며 연간 강수량의 40%가 넘는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 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턱밑까지 차오른 물에… 고립된 주민 구조 밤 사이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한 17일 오후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리에 갇혔던 마을 주민이 119특수구조대의 도움으로 고립 지역에서 보트로 빠져 나오고 있다. 이날 충남 서산에는 500mm 이상 강수량이 관측되며 연간 강수량의 40%가 넘는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 예산=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도시 전체가 수족관이 돼버린 거 같당께요.”

광주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서광진 씨(45)가 17일 말했다. 이날 광주 일일 강수량은 412.7mm(오후 10시 기준)로, 1939년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다. 서 씨는 “짧은 시간에 물 폭탄 같은 비가 퍼붓더니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며 “도심을 수영해서 다녀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도심은 성인 허리까지 물이 찰 정도로 잠겼고, 맨홀이 역류하는 일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광주뿐 아니라 충청, 대구, 경남, 수도권 등 전국에서 폭우 피해가 잇따랐다. 거대한 비구름대가 한반도를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가로지르며 침수와 붕괴로 최소 4명이 숨졌고, 13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기차와 항공, 선박 운항도 중단되며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정부는 풍수해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재난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

● 광주 도심 물바다, 충청선 인명 피해

광주 도심 곳곳이 물에 잠겼다. 남구 진월동과 광산구 도산동에선 차량에 고립된 시민 3명이 약 1시간 만에 구조됐다. 도시철도 1호선 상무역 역사 침수로 농성역∼광주송정역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나들목∼서광주 나들목 구간도 침수돼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북구 용봉동 전남대 후문 사거리도 침수되면서 북구청 직원들이 고립됐고, 오룡동의 한 로컬푸드 매장에선 손님과 종업원 70여 명이 2층으로 대피했다가 구조됐다. 광주시는 긴급 대피소 10여 곳을 마련했다. 대피소에서 만난 주민 김명자 씨(61)는 “손쓸 틈도 없이 집으로 물이 들이닥쳤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충청권에서는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17일 오전 6시 14분쯤 충남 서산시 석남동 세무서 사거리 인근 청지천에서 침수 차량에 갇혀 있던 6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으나 병원 이송 직후 숨졌다. 오전 11시 24분쯤엔 같은 하천 하류에서 실종됐던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 모두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충남 당진에선 낮 12시쯤 침수된 주택 지하실에서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충남 청양군 대치면에선 토사가 밀려들며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 태성리에선 마을회관 뒤편 흙더미를 치우던 주민 3명이 토사에 묻혔다가 구출됐다. 세종시 소정면에선 시간당 48mm의 폭우로 곡교천 위를 지나는 광암교가 붕괴됐으나 재난 문자 발송 덕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 피해 지역 재난특교세 지원

순식간에 무너진 오산 옹벽, 車 덮쳐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는 순간(왼쪽 사진)과 그 아래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치는 모습이 뒤를 따라오던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인 58세 남성이 숨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 캡처
순식간에 무너진 오산 옹벽, 車 덮쳐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는 순간(왼쪽 사진)과 그 아래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치는 모습이 뒤를 따라오던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다. 이 사고로 승용차 운전자인 58세 남성이 숨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영상 캡처
200mm 넘는 비가 내린 대구에선 상습 침수 구역인 북구 노곡동이 다시 물에 잠겼고, 차량 침수 및 주택 침수 피해 신고가 10건가량 접수됐다. 경남 지역에서도 3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며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산청군 신등면에선 토사에 하반신이 깔린 60대 여성이 구조됐고, 밀양시 무안면의 노인요양원 일대가 침수되면서 구조보트를 동원해 환자 56명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서울 강북구에서는 빈집 외벽이 무너져 18명이 대피했고, 경기 남양주 주택이 침수되는 등 경기 지역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앞서 16일 오후엔 경기 오산시 가장동에서 180t 규모의 고가 옹벽이 무너져 차량을 덮치며 58세 남성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17일 오후 8시 현재까지 이번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4명으로 집계됐다.

폭우로 주요 교통망도 마비됐다. KTX와 SRT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고, 지하철 1호선 평택∼신창역 구간 등도 멈췄다. 전남 목포와 전북 군산 등 여객선 31개 항로 39척이 운항을 중단했다. 북한산, 지리산 등 국립공원 15곳의 374개 탐방로도 통제됐다. 서울과 인천, 충남 등지에선 둔치 주차장 69곳, 하천변 90곳의 출입이 제한됐다. 항공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82개교에서 학사 일정이 조정됐다. 이 중 충남 아산, 서산 등의 403개교는 휴업에 들어갔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25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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