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원인은 동쪽 출구 막힌 ‘제자리 저기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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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남부 ‘괴물 폭우’]
고기압에 막혀 좁고 긴 구름대로
폭염에 수온 오르며 수증기도 유입
“다른 지역도 폭우 쏟아질 수 있어”

17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리에서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이 보트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뉴스1
17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용리에서 중앙119구조본부 충청강원 119특수구조대 대원들이 보트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5.7.17 뉴스1
17일 충남 서해안 등에 시간당 100mm 안팎 물 폭탄이 쏟아진 것은 한반도 상공에 형성된, 이른바 ‘제자리 저기압’이 장시간 맴돌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통 저기압이 만들어지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에서 이동을 막았다. 전문가들은 2022년 서울 집중호우, 2023년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와 유사하게 좁고 긴 띠 형태 비구름대가 한자리에 오래 머무른 것을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반도 동쪽의 고기압이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 강한 압축 효과가 생겼다”며 “그 사이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며 강수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폭염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생긴 고온 다습한 공기가 큰비의 재료가 됐다.

전문가들은 저기압이 한곳에 머물며 폭우를 뿌리는 사례가 최근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석우 기상청 장마특이기상센터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대기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집중호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런 폭우는 다른 지역에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서울이든 호남이든 이 같은 기압계에 걸리면 어디든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좁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도 지구 온난화와 연관이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국지적인 폭우는 적란운(번개를 동반한 비구름대) 영향”이라며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남쪽 바다가 뜨거워지고 적란운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중호우#비구름대#제자리 저기압#기상청#적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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