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구텐베르크 활판 발명 후… 책 만들기, ‘산업’이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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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메이커/애덤 스미스 지음·이종인 옮김/512쪽·3만5000원·책과함께


책을 읽기 전 책을 만든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글을 쓴 저자는 책 속의 콘텐츠를 제공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손에 잡히는 책이라는 물건이자 상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인쇄업자나 표지 디자이너, 출판 편집자 등 수많은 이들의 손을 거친다. 그렇게 책 한 권이 탄생한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 1490년대에 책 제작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인쇄, 제본, 제지업자가 등장해 책 제작이 분업화됐으며, 활자 디자이너란 직업도 이때부터 나타났다. 신간은 책이 처음 대량 생산된 15세기부터 약 500년의 세월 동안 책을 만들어온 이들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른바 ‘제책(製冊)’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과 책의 문화사를 가르치는 교수. 주로 16세기 이후 텍스트와 인쇄물을 집중 연구한 학자라고 한다. 문명의 핵심이 담긴 책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가 지금 접하는 책의 형태에 이르렀는지를 추적했다.

신간이 흥미로운 지점은 책을 만들었던 역사 속 인물 18인의 삶을 통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에 있다. 15세기 영국에서 출판업을 이끌었던 이는 네덜란드 이민자 윈킨 드워드였다고 한다. 당시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책을 찍어내 공급하는 인쇄 시장과 귀족 및 왕족 등 권력자가 선호하는 소수의 책만 집중 출판하는 인쇄 시장이 공존하고 있었다. 드워드는 대중이 좋아하는 시집들을 다수 출판해 베스트셀러로 키워낸 동시에, 왕실의 주문도 받아 종교서적이나 설교집도 펴낸 성공한 사업가였다.

1900년대 초까지 성경책은 인쇄업자들에게 상징적 출판물이었다. 저자는 “성경은 인쇄업자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핵심 텍스트”라고 말한다.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왕실, 대학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했으며 크고 무거운 각 책의 표지마다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가장 성스러운 책으로 여겨졌기 때문. 표지에는 황금색으로 큼지막하면서도 멋지게 ‘Bible’이라는 글자를 표기하는 전통도 생겼다.

이 책에선 완성된 책뿐만 아니라 미완성된 원고나 잘못 찍힌 활자, 엇나간 제본조차도 주요하게 묘사된다. 끝내 빛을 보지 못한 ‘실패작’이지만 오늘날 책 제작 발전에 기여했던 ‘소중한’ 실수들이기 때문이다.

#책 제작#제책#인쇄업자#출판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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