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파라마운트에서 연방 이민 당국의 단속으로 수십 명이 체포된 데 항의하는 시위 도중, 시위자들이 국경순찰대 차량을 발로 차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에 반발한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6~7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벌어진 시위에서 당국은 최루탄과 섬광탄을 동원해 진압에 나섰고, 시위대는 돌과 유리병을 던지며 맞서며 곳곳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제까지 체포된 불법 체류자는 최소 120명에 달한다.
시위는 6일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LA 도심 패션 지구와 홈디포 매장 등에서 불법 이민자를 대거 단속하며 시작됐다. 체포 현장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지역으로, 한인과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단속 직후 항의 시위는 도심 전역으로 확산됐다. 특히 히스패닉계 밀집 지역인 패러마운트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홈디포 앞에 모여 ICE 요원들과 충돌했고, 일부 차량이 불타는 등 긴장이 고조됐다. 거리 곳곳에 퍼진 최루가스를 피해 시위대가 우유로 얼굴을 씻는 모습도 다수 목격됐다.
시위의 진원지로 떠오른 패러마운트는 LA 남동부에 있는 도시로, 인구의 약 82%가 히스패닉계, 외국 태생 비율도 36%에 이른다. 이곳은 과거 농업지역에서 항만 노동과 의류 제조업 중심 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이민자 밀집지가 됐다. 중위소득이 LA 평균보다 낮고, 주거 취약층과 일용직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이 지역은 ICE 단속의 집중 표적이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 메트로폴리탄 구치소 인근 101번 프리웨이에서 전날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직후 자욱한 연기 너머로 경찰이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사태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동의 없이 주 방위군을 LA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개빈 뉴섬 주지사가 시위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민권운동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지사 승인 없이 앨라배마에 방위군을 파견한 이후 60년 만의 사례다. 뉴섬 주지사는 “군 투입은 사태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단속 강화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강경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밀러는 최근 ICE에 “하루 3000명 이상 체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연간 100만 명 추방’ 공약을 달성하려는 조치다.
일각에서는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당시 코리아타운이 약탈 피해를 본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태가 한인 사회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위대는 8일에도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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