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깐부’가 밀어올린 코스피]
고갈 우려에 안정성보다 수익 주력
채권 줄이고 해외주식 비중 늘려
“투자기준 정비, 전문성 높여야” 지적
국민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 방식의 무게중심을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옮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식 비중을 늘린 만큼 장기적인 투자 기준을 정비하고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민연금 기금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적립금 1322조404억 원 중 주식 비중이 51.6%였다. 주식 비중은 올해 6월 말 50.1%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뒤 더 커진 것이다.
이는 기존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0년 전인 2015년 말 국민연금의 자산 구성은 채권이 56.6%로 절반 이상이었다. 주식은 32.2%에 머물렀다. 채권 위주의 운용 방식을 택했던 셈이다.
반면 채권 비중은 올해 6월 33.0%에서 8월 31.8%로 줄었다. 올해 국민연금의 연간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의 비중은 50.8%, 채권은 34.5%, 대체투자는 14.7%로 구성돼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결정된 자산군별 허용 범위로, 비중은 분야별로 0.5∼12%포인트씩 재조정될 수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 투자만으로는 국민연금이 목표로 한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며 “국민연금은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기관이기에 현재의 투자 방향성은 자연스럽다”고 진단했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8월 국민연금이 투자한 주식 중 국내 주식은 196조2548억 원이었다. 해외 주식은 국내 주식의 약 2.5배인 486조4258억 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외에 분산 투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늘린 이유는 수익률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금을 수령해야 하는 인구는 늘어나는데, 그 재원을 댈 인구는 줄어들어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투자만으로는 수익률을 높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이 위험 자산이기 때문에 손실이 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채권보다 기대 수익률이 높아 주식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이 늘며 장기 투자 기준을 명확히 확립하고 투자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해야 위험이 줄어든다”며 “기금을 여러 개로 나눠 운용하면 수익률을 높이고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주가 부양을 위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략적 자산 배분은 정치권의 요구가 아닌 전략적 자산 배분에 따른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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