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차분하게 균형을 찾는 공모주 시장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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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올해 상반기(1∼6월) 기업공개(IPO) 시장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차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과열(상반기)과 침체(하반기)가 교차한 흐름과 달리, 올해는 공모주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균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코스피 4곳, 코스닥 34곳 등 총 38개 기업이 새로 상장했다. 총 공모금액은 2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상장 총 시가총액은 14조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대형 IPO였던 HD현대마린솔루션의 효과가 사라진 탓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대어’로 불리던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상장을 철회했지만 시장 전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발 관세 우려와 대선 이슈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었지만 5월 이후 증시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IPO 시장도 유의미한 회복세를 보였다. 실제로 상반기 공모 철회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IPO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기관투자가의 태도다. 올해 상반기 확정 공모가가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한 경우는 전무했고, 대부분이 상단에서 결정됐다.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도 수요 예측이 빠르게 정상화됐다는 점이 드러난다. 지난해 하반기 높은 공모가와 낮은 배정 물량, 그리고 증시 급락이 겹치며 수익률이 부진했던 경험이 기관들의 태도를 바꿔놓은 것이다. 다만 2분기(4∼6월) 들어 증시 호황에 힘입어 경쟁률이 다시 상승세를 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연말까지 증시 호조세가 이어진다면 기관 자금이 재차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반기 IPO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IPO 제도 개편안’ 시행으로 인한 수요 예측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증시 호황에 따른 낙수 효과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투자가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확대되면 초기에는 관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우량 기업에는 오히려 확약 쏠림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기업별 흥행 편차가 커지겠지만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흔들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투자는 본질적으로 특정 이벤트에 이끌리는 성격이 강하다. 투자 심리가 단기 수익률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결국 전방 시장인 코스피·코스닥의 흐름과 유동성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다행히 하반기 증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 추경 편성, 환율 안정 등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69조 원까지 늘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역시 사상 최고치인 86조 원을 돌파해 증기 대기 자금이 풍부하다. 이는 곧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를 지탱할 재원이기도 하다.

물론 배당분리과세, 대주주 양도세 기준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다. 그러나 지난해의 과열과 침체를 거치며 시장은 한층 성숙한 태도로 변모했다. 차분함 속에서 균형을 찾는 현재의 흐름은 오히려 IPO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공모주 시장은 ‘과열’이 아닌 ‘선별적 열기’로 특징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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