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의 항공사로 날아오르기까지는 아직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바로 ‘마일리지 합병’입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마일리지를 어떻게 묶어낼지에 대한 밑그림을 12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고객들의 이해관계가 직접 얽혀 있다 보니 통합 방식을 두고 셈법이 복잡한 상황입니다.
탑승으로 적립한 마일리지는 ‘1대 1 전환’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탑승 마일리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정한 도시 간 비행거리에 따라 적립되는데요, 공통 기준이 있는 만큼 항공사별로 적립률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양사가 동일한 통합 비율을 적용해도 잡음이 크지 않을 테죠. 선례도 있습니다. 2011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탈항공 합병, 2008년 미국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 합병, 2004년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 합병 당시에도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로 합쳐졌습니다.
문제는 신용카드 사용과 호텔·렌터카 이용 등으로 쌓이는 제휴 마일리지입니다. 항공사별로 마일리지 가치가 달라 동일한 통합 비율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통상 시장에서 책정하는 1마일당 가치는 대한항공 15원, 아시아나 11~12원 수준입니다.
대한항공이 양사간 동일한 통합 비율을 고수하다가는 자사 고객에 대한 역차별 논란에 휩싸일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낮은 비율을 제시하면 아시아나항공 이용자들의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항공은 컨설팅 업체를 통해 마일리지 가치를 면밀히 분석해 최적의 전환 비율을 정할 방침입니다.
최근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습니다. 마일리지는 회계상 부채로 인식됩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시장가치가 낮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해야 2026년 출범하는 통합 법인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죠. 아시아나항공의 잔여 마일리지는 약 1조 원에 달합니다. 아시아나 항공은 올 4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국제선 마일리지 항공편을 도입했습니다. 통합 전에 소비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여러 수단을 찾는 모양새입니다.
짠맛이 부족하면 싱겁고, 단맛이 지나치면 물립니다. 대한항공이 절묘한 ‘마일리지 황금 비율’ 레시피를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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