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원자로 도입 66년만에 美에 역수출… “연구용 원자로 조단위 수출 가능”
원천기술 확보한 韓엔 ‘기회의 땅’… 방사성의약품 수요 증가도 호재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본보와 만나 향후 원자력연의 원자로 기술 수출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원자력 기술을 정치적으로 바라봐선 안 됩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본보와 만나 “모든 과학적 이슈는 과학적 사실로 접근해야 한다”며 “득표와 연관지어 정치화하는 것은 한국 과학 경쟁력을 퇴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연은 한때 ‘탈원전’ 시기를 거치며 일부 연구들이 크게 후퇴하는 등 홍역을 앓았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주 원장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학계 석학이었다. 그는 “원전이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에는 정치권의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원자력계도 너무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 美 인정 등에 업고 원자로 수출 본격화
최근 원자력연은 미국 미주리대에 원자로를 역수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1959년 미국 제너럴아토믹에서 국내 첫 원자로인 ‘트리가-마크2’를 도입한 이래 66년 만에 역으로 미국에 원자로를 수출한 것이다.
주 원장은 “이번 계약은 원자로의 설계 특성, 요건 등을 정하는 초기 설계 계약이지만 향후 설계를 구체화하고 당국의 인허가를 받는 중간 과정까지 원자력연이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미주리대는 이 사업에 약 1조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원자력연이 따낸 계약에 대해 그는 “한국이 원자력 선도국인 미국도 인정한 원자로 기술력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하는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이런 신뢰를 기반으로 다양한 국가에 원자로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가동 중인 연구용 원자로는 227기로 이 중 70% 이상이 40년 이상 사용한 낡은 원자로다. 노후화된 원자로를 새로 짓거나 혹은 부품을 교체해 수명을 연장하는 경우 모두 원자력연에는 수출 기회가 된다. 주 원장은 “향후 20년간 열릴 연구용 원자로 시장이 1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며 “원자력연도 누적 기준 조 단위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 유럽·아프리카 예비 수출국으로 점찍어
최근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은 물론 원전에 미온적이었던 유럽까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원자력연은 이 같은 글로벌 환경 역시 원자로 원천기술을 확보한 한국에는 ‘기회의 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예비 수출국은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이다. 주 원장은 “아직 원전을 지을 기반이 부족한 아프리카는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바이오 분야에서 방사성의약품(RPT)의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한 수출 요인이다. RPT는 특정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항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의약품이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생산용 원자로를 지으려는 연구소 및 기업들이 늘고 있다. 주 원장은 “미주리대 역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원자로를 확대하려고 한 것”이라며 “앞서 가동 중이던 원자로를 통해 생산한 방사성동위원소로 연간 46만 명의 암환자를 치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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