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LS家 구혜정 여사-이상현 대표 母子
사재 출연해 유묵 ‘녹죽’ 9억에 낙찰… 2017년에도 ‘일통청화공’ 들여와
“더 많은 시민 보게 공공기관 기탁… 8월 ‘안중근전’ 합창 공연도 개최”
구혜정 여사(오른쪽)와 아들 이상현 ㈜태인 대표가 8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안 의사 부조 벽화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생전에 남긴 글씨)은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이 담긴 우리의 유산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8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만난 구혜정 여사(77)와 이상현 ㈜태인 대표(48) 모자가 한목소리로 했던 말이다. 고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녀인 구 여사는 아들 이 대표와 함께 지난달 서울옥션 경매에서 일본 소장자가 출품한 유묵 ‘녹죽(綠竹·푸른 대나무)’을 9억4000만 원에 낙찰받았다.
범LS가(家)의 일원인 이들 가족이 안 의사 유묵을 한국에 들여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엔 구 여사의 배우자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이 또 다른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날마다 청아한 이야기를 나누는 분)’을 2억9000만 원에 낙찰받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했다. 이 유묵은 2017년 보물로 지정됐다.
이들 모자가 지난달 경매에서 일본 소장자로부터 낙찰받아 고국으로 환수한 안 의사 유묵 ‘녹죽(푸른 대나무)’의 모습. 이상현 대표 제공안중근의사숭모회에 따르면 안 의사의 유묵은 현재 60여 점이 남아 있다. 상당수가 일본 등 해외를 떠돌며 국내로 환수되지 못하고 있다. 숭모회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안 의사 유묵은 최소 10여 점으로 소장자들이 갈수록 비싼 값을 불러 환수가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라며 “이렇게 (이 대표 가족이) 사재를 털어 안 의사 유묵이 우리 땅을 밟게 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구 여사는 “녹죽 역시 공공기관에 기탁해 학술기관에서 연구에 활용하고 더 많은 시민이 안 의사 유묵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 모자의 ‘안중근 숭모’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중근의사기념관은 신관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전 국민에게 ‘벽돌 한 장 가격’만큼만 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 여사는 “2010년에 아들 부부의 첫째 손자가 태어나면서 이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기부에 나섰다”며 “기부를 계기로 안 의사 존재가 내 삶에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들 이 대표는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을 읽고 그를 존경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동양평화론은 안 의사가 투옥 중에 쓴 미완의 저서로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이 뭉쳐 전 세계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표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휩쓸리는 지금의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3월 일본이 발행했던 안 의사 초상 엽서를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공개하며 시민들이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안 의사 기념 우표 등 관련 자료 15건을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부한 바 있다.
이들 모자는 이제 광복 80주년, 안 의사 순국 115주기를 맞아 안 의사를 기리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구 여사는 “지난 10년 동안 명창 안숙선 선생에게서 배움을 이어오는 등 판소리에 관심이 많다”며 “안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안중근전’ 공연을 개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합창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안 의사를 주제로 합창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올 8월 합창 공연을 개최할 것”이라며 “안 의사의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가능하면 녹죽 유묵도 무대에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가족이 매입한 안 의사 유묵인 녹죽과 일통청화공은 8월 서울 중구 덕수궁에서 열리는 국가유산청 광복 80주년 특별전에서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동아경제 人터뷰’ LS家 구혜정 여사-이상현 대표 母子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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