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에 맞서는 청년들의 이야기-22회
2025 A Farm Show와 함께 사업성과 공유
정유진(42∙여)박재훈(43∙남) 부부가 ’2025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에 마련된 청년마을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도시에서 회사를 다니던 40대 부부는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만 담아왔던 귀농의 꿈을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40줄이 넘으니 회사생활에 한계치가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부산에 사는 정유진(42∙여), 박재훈(43∙남) 부부는 ‘2025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에이팜쇼(A Farm Show)를 참관하기 위해 서울까지 먼 길을 달려왔다.
2025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대기자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29일 개막 에이팜쇼…청년마을 부스 최초 마련
29일부터 사흘간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에이팜쇼에는 역대 최대치인 350개의 부스가 들어섰다. ‘귀농·창농’ 아이템을 비롯해 인공지능(AI)∙스마트팜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가 마련됐다.
특히 올해 행사에서는 ‘청년마을’ 부스가 최초로 들어서 눈길을 끌었다. 청년마을은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청년이 직접 거주하며 정착을 모색하는 사업이다. 지역 청년들의 유출을 막고, 외지 청년들의 지역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부터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51개 청년마을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살이, 워케이션, 청년 로컬창업, 문화예술, 여행 프로그램 사업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는 길을 찾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지역 농업과 연계된 사업을 하고 있는 청년마을들이 참여했다.
2025 A Farm Show 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에 마련된 ‘청년마을’ 코너.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오랜 나의 꿈…해답 얻기 위해 찾아”
에이팜쇼에서 ‘청년마을’이 자리 잡은 부스에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생부터 은퇴한 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 관람객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
충남 천안에서 농대를 다니는 박다함 씨(남∙23)는 “평소 농업 관련 대회에 많이 나가는데, 아이디어를 얻어 가기 위해 왔다”며 “이런 게 있는지 몰랐는데 관심이 가서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또 다른 대학생(여∙20대)은 “저도 친구들도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게 된다. 농업 관련해서 창업을 하거나 혹은 어떤 취업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군의 청년마을 ‘그린티모시레’가 유기농 녹차를 활용한 아이스크림과 지역의 풍경을 담은 엽서를 판매하고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전직 교수였던 장근상 씨(남∙72)는 청년마을 부스마다 들르며 청년들이 만든 지역 특산 막걸리를 시음하고 전시된 물건을 구매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장 씨는 “은퇴하고 나서 집에 있으면서 나의 체력과 여건으로 이룰 수 있는 꿈이 뭘까 고민하게 됐다. 그 해답이 혹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찾아왔다”며 “청년들이 이렇게 시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 보인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죽어가던 거리 활력…“지역 주민 기뻐해”
청년마을 코너 한켠에 자리 잡은 전남 보성군의 ‘그린티모시레’는 유기농 녹차를 활용한 아이스크림과 지역의 풍경을 담은 엽서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린티모시레는 보성에서 녹차를 활용한 한식∙양식∙디저트 식품과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녹차밭에서 직접 녹차를 수확하고 나만의 차를 만들어보는 단기살이도 제공한다.
용수진 대표는 “다녀가셨던 분들은 4~5월 녹차 따는 시기에 다시 오겠다고 말씀을 하실 만큼 좋아 하신다”며 “지역 주민들도 청년들과 같이 협업해서 뭔가를 하고싶어 하신다. 그분들은 자원을 갖고 계시고 청년들은 디자인이나 온라인 판로 등에 능숙하니 연계하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다”고 전했다.
충남 홍성에서 ‘전국 최초의 유일한 로컬 스타트업 빌리지’를 표방하는 청년마을 ‘집단지성’의 김만이 대표.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충남 홍성의 ‘집단지성’은 ‘전국 최초의 유일한 로컬 스타트업 빌리지’를 표방한다. 홍성 원도심 거리를 중심으로 10개 청년 팀이 자리를 잡아 지역을 살려 나가고 있다.
김만이 대표는 “원래 유휴 공간이 많았던 원도심을 지금은 꽉 채우고 있다”며 “보통은 농촌 하면 힐링이나 쉼, 치유, 이런 것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것 말고도 농촌에서도 청년들이 대기업만큼의 월급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의 ‘술익는 마을’ 부스에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소개하는 조권능 대표.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청년마을 부스에서 특히 장년층의 발길을 사로잡은 건 전북 군산의 ‘술익는 마을’이다.
이곳에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만드는 조권능 흑화양조 대표는 “군산의 오래된 역사 자원을 활용해 청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걸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양조 산업이었다”며 “그동안 군산 지역 특산주가 하나도 없었는데, 청년들이 같이 만들어낸 제품이 나오니까 지역에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2025년 선정된 1년차 청년마을 대표들이 사업을 하는 과정에 겪은 고충과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다. 2022년 이전 선정되어 현재는 정부 지원이 끝난 선배 청년마을 대표들이 자상하게 고민을 상담해 주었다. 사진=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올해는 전국에서 12곳이 신규로 청년마을에 선정됐다. 대구 레인메이커협동조합, 광주 1995헤르츠, 강원 고성 엎질러진 물 양조장, 충북 음성 잼토리, 충남 부여 혜안, 전북 무주 파머스에프엔에스, 장수 락앤런, 전남 보성 그린티모시레, 경북 울릉 노마도르, 경남 통영 웰피시, 거창 덕유산 고라니들, 제주 일로와 등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행사장 4층에 마련된 회의실에 모여 첫해 사업을 하는 과정에 겪은 고충과 고민을 토로했다. 이 자리에는 2022년 이전 선정되어 현재는 정부 지원이 끝난 선배 청년마을 대표들이 자상하고 구체적으로 고민을 상담해 주었다. 2023년 선정된 12개 청년마을 대표들은 별도로 모여 3년차 사업 성과 공유회를 가졌다.
2023년 선정된 12개 청년마을 대표들도 모여 3년차 사업 성과 공유회를 가졌다. 사진=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번 에이팜쇼에서는 귀농·귀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희망 정보관과 창농 준비 청년농업인을 위한 청년 도전관도 운영된다. 귀농·귀촌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각종 강연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전통술과 쌀 디저트 등을 직접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 등 각종 체험거리도 사흘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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