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관세 시대, 새 시장 개척해 활로 찾아야[기고/강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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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성 KOTRA 사장
강경성 KOTRA 사장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는 명확한 교훈을 얻었다. 고관세와 보호무역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닌, 세계 경제의 새로운 상수가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 질서를 지탱해 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균열을 맞고, 세계화의 엔진은 힘을 잃고 있다. 강대국들은 교역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확실하게 끌어낼 수 있는 조건하에서만 움직이도록 설계한다. 관세는 ‘조건부 자유무역 시대’의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 기업은 거센 파도를 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보호무역은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경제 안보’라는 이름으로 진화했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이제는 수시로 바뀌는 관세와 더불어 국가별 정책과 규제에 대한 대응력이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미 관세 설명회에 참석한 226개 기업은 “수출 마진보다 관세가 더 높아 신상품 출시를 연기했다”, “원산지 기준 때문에 관세 부담이 커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수익은 줄고, 통관·물류비는 늘어나는 이중고를 풀어낼 해법이 필요한 때다.

이 복잡한 무역 지형을 기업 혼자 뚫기는 어렵다. 정부가 수출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고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OTRA는 관세 대응 119 종합상담센터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예방할 수 있는 ‘미 세관 사전심사(CBP) 신청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세 대응 바우처 한도를 1.5배 상향했다. 물류비 지원은 두 배로 늘리고 공동물류센터 활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세밀한 맞춤형 지원으로 우리 기업의 관세 대응 역량을 한층 높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고관세로 촉발된 기술·산업 협력 강화는 산업 생태계 발전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한미 협상의 지렛대가 된 조선·반도체·배터리·바이오 협력 논의는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관련 우리 기업에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의 진출과 공급망 진입을 동시에 이뤄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9월부터 KOTRA 해외무역관을 주축으로 10대 권역에서 기회를 발굴한 ‘30대 수출 전략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다. 10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연계한 ‘붐업코리아 위크’에 역대 최대 규모인 1700개사 바이어를 유치하여 실질적 수출 성과도 앞당기고자 한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기회를 반기 수출 확대의 돌파구로 반드시 연결할 것이다.

고관세 파도가 거세지만 희망의 빛도 보인다. 2분기(4∼6월) 중견기업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7월 자동차 산업이 수출·내수·생산에서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20일까지의 누적 수출도 전년 대비 오히려 1.4% 증가해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경쟁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KOTRA는 경제 안보 기관으로서 하반기에도 관세 대응에 앞장서고, 새로운 시장 기회 발굴로 한국 수출의 활로를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한미 관세 협상#보호무역#관세 대응#수출 전략 프로젝트#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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