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배경 키워드는 ‘위기’ ‘절박’ ‘고민’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그야말로 위기다. 새 정부 출범과 추경으로 간신히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가느다란 물줄기에 불과하다. 더 큰 강물로 키우지 못하면 모래에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대외 불확실성은 쉽사리 걷히지 않고 있다. 중장기 산업 경쟁력 확보, 저출생·고령화, 탄소 중립, 양극화, 지역소멸과 같은 구조적 난제도 정부의 깊은 고민이다. 이를 외면하면 미래 세대의 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국민, 기업, 국가가 합심해 대전환을 이룰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번 예산안은 ‘마중물’ ‘성과’ ‘진심’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재정은 성장의 물꼬를 터주는 마중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 지출 규모는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렸다. 과감한 투자로 초혁신경제로의 대전환을 이루고, 경제 성장과 세입을 늘려 종국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와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개별 사업은 성과를 기준으로 꼼꼼히 살폈다. 전례 없는 27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를 위해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는 과감하게 늘리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확실하게 줄이거나 폐지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했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예산안 갈피갈피마다 진심을 담았다. 인공지능(AI)이 살길이다. 기존 투자 규모의 3배가 넘는 10조 원 이상을 투자해 피지컬 AI를 선도하고, 1만 명 이상의 고급 인재를 키우며, 300개 생활 밀착형 제품에 AI를 적용한다. 연구개발(R&D)에도 역대 최대인 35조 원 수준을 투자해 초혁신경제의 첨병이 되도록 할 것이다.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첨단 전략 산업에 씨앗을 뿌린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산업단지 전력망 지원 등 에너지 전환을 통해 기후 위기에도 대비한다.
지방 우대에도 진심을 다했다. 그간의 천편일률적인 사업 설계에서 벗어나 지자체의 사정에 따라 맞춤형으로 수혜를 늘리는 사업을 시작한다. 지방이 자율적으로 사업 내용을 결정하는 포괄보조도 약 3배 수준인 1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거점 국립대와 지역전략산업을 연계해 지방 성장을 이끌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나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투자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했다.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로 올려 저소득층 생활을 보살피고,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AI를 활용해 재난 예측력을 강화하고 드론 등 첨단 무기체계도 보강해 튼튼한 안전·국방을 실현한다.
지금 필요한 건 머뭇거림이 아니라 결단이다. 2026년 예산안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산적한 위기 속에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이정표이자, 대한민국의 내일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켜내는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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