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00채 대규모 단지를 짓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에서 최근 조합원 분양가를 40% 할인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신축 아파트 2채를 가져갈 수 있는 조합원이 늘어나 일반에게 분양되는 물량이 최소 370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합이 임의로 조합원 분양가를 할인하도록 허용하면 조합원이 분양가를 할인받은 만큼 일반분양가가 높아질 수 있다. 같은 방식이 압구정, 여의도,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다른 핵심 입지 재건축·재개발 단지로 번지며 전체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26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 분양가(종후자산 감정평가액)를 기존 대비 40% 낮추는 내용을 담은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을 승인했다. 조합이 8월 말 서초구에 변경안을 제출하면 한국부동산원 타당성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결정으로 분양받는 아파트 전용면적이 넓을수록 분양가가 더 크게 줄었다. 전용 84m² 조합원 분양가(평균가 기준)는 25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10억 원 줄었다. 전용 146m²는 43억5200만 원에서 26억1100만 원으로 17억4100만 원 줄었다.
조합이 이처럼 조합원 분양가를 임의로 할인해 주는 이유는 조합원들이 재건축 뒤 아파트를 2채 가져가는 ‘1+1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행 도시정비법상 조합원이 2채를 받으려면 기존에 보유한 집의 가치(감정평가액)보다 새로 받는 집 2채의 가치가 낮아야 한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을 세운 2017년 12월 이후 택지비, 건축비 등 신축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사업비가 오르고 인근 시세까지 급등하면서 새로 받는 2채의 가치가 기존 집의 가치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2채를 받으려고 신청한 조합원 상당수가 탈락하게 되자 조합이 조합원 분양가를 임의로 40% 할인해 보유한 집의 가격보다 신축 2채의 가격이 낮아지도록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계획대로라면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왔어야 할 물량이 조합원 몫으로 남았다. 현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일반분양 물량은 1800여 채 규모로 예상된다. 여기에 1+1 분양 탈락 물량이 최소 370채 추가될 수 있었는데, 조합원 분양가 할인으로 이 물량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분양가를 낮춘 만큼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더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조합에서 매긴 일반분양가 추정액은 3.3m²당 8380만 원이다. 전용 84m²가 28억8800만 원 선이다.
이런 ‘임의 할인’이 허용되면 압구정, 여의도 등 다른 현장에서도 일반분양을 줄여 조합원 분양으로 활용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원 분양가를 더 크게 낮출수록 더 많은 조합원이 2주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후에도 아파트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단지라면 2주택을 받는 것이 자산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한 감정평가사는 “최근 압구정 재건축 조합에서 회의를 하면 반포 1·2·4주구 관리처분계획 결과만 묻는다”며 “이번에 허용되면 향후 핵심 지역에서 일반에 공급되는 주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를 제어할 마땅한 규정이나 절차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런 조합원 분양가 할인 선례가 없고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관할인 서초구나 한국부동산원에서도 조합 결정을 쉽게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합은 조합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 결정한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측은 “조합원에게 최대의 이익이 가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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