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시내 한 카페 겸 술집으로 운영했던 가게가 폐업으로 철거되고 있다. 2026.2.4/뉴스1
서울 노원구에서 치킨집을 하는 김미진 씨(45)는 빚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은행 대출을 못 받아 지난해 저신용자 대상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정책자금인 신용취약 소상공인 자금까지 받았지만, 장사가 안돼 갚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세금을 체납하고 임차료도 못 내는 마당에 주방에서 손가락을 다치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손가락이 휘었다. 김 씨는 “장사는 안되고, 받을만한 대출은 다 받았는데 돌파구가 없다. 폐업하고 싶어도 철거비가 없어 못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개인사업자 절반가량은 여러 곳에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1년 새 10%가량 증가했다. 대출 만기 연장, 금리 부담 완화 등 여러 지원책이 있지만, 빚에 시달리는 자영업자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 자영업자 2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받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기업대출을 받은 개인) 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334만8279명 중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67만5682명(50%)이었다. 다중채무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 말 683조6257억 원으로, 전체(1134조7313억 원)의 60.2%에 달했다.
버티기 위해 신용대출을 ‘영끌’ 했지만,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집을 담보로 돈을 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40대 중반 박정현 씨는 2022년 12월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듬해부터 적자가 났고, 조금만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3년을 끌었다. 그 결과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로 빚을 총 5억 원 지게 됐다. 박 씨는 “주식, 코인, 유흥 안 하고 두 아이 키우며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제는 집도 경매로 넘어갈 판”이라고 말했다.
개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지난해 말 168조5213억 원으로, 1년 새 2조881억 원 늘었다. 집을 사기 위해 받는 근로자 주담대와 달리, 사업자 주담대는 사업 자금이나 생활비를 융통하기 위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3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가 된 개인사업자는 지난해 말 15만2618명으로 1년 새 8.9%(1만2489명) 늘었다. 이들은 신용등급 하락, 신용카드 발급 거절 등 금융거래를 제한받는 불이익을 받는다.
● 재기 벅찬 노년층 신용유의자 증가세
문제는 신용유의자 가운데 60세 이상 증가율이 22%로 가장 높다는 점이다. 50대(13.2%), 40대(5.8%)는 늘었지만 30대(ㅡ3.2%), 20대 미만(ㅡ17.5%)은 줄었다. 재기를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세대와 달리, 노년층에 신용유의자가 되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
서울 성북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장사가 안돼 은행 대출을 연체했다가 신용유의자가 됐다”며 “떡볶이만 팔아선 임차료 내기도 버거워 작년 말부터 보험설계사를 겸업하며 버티고 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 경제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자영업자 이자 부담을 낮추는 민생금융 위기 대응책 시행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건호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서민금융진흥원 부원장)는 “대외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부담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대출 만기 연장, 이자 부담 감면 등 적극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실적 등에 따라 저리자금을 지원하는 제도) 등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할 때”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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