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불발 후폭풍]
기술력 강화로 ‘초격차’ 유지 포석
이재용 사내이사 복귀는 미뤄져
준법감시위원장 “檢 상고 아쉽다”
삼성전자가 이사진 10명 중 3명을 반도체 전문가로 꾸렸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자 신규로 선임되는 사내·사외이사를 모두 반도체 기술 쪽에 전문성이 있는 인사로 채운 것이다.
삼성전자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에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65),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58)을 내정했다. 사외이사에는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60)가 내정됐다. 이들의 선임 여부는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전임자의 임기 만료 및 퇴임 등으로 신규 선임되는 이사 3명은 모두 반도체 기술 분야에서 경력이 많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전체 총괄하고 있다. 송 사장은 반도체연구소장과 DS부문 CTO를 맡으며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이끄는 인물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과 반도체공동연구소장,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그동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로 선임됐던 사내이사 자리에 CTO가 지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중요해진 고역대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확대, 중국 반도체 업체들과의 ‘초격차’ 유지 등이 과제로 대두된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회사의 핵심 현안을 결정하는 이사회 구성에 기술 전문가를 늘려 반도체 기술력 강화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다만 관심이 쏠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도 논의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음에도 검찰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에 대해 상고를 결정하자 이사회 복귀 시점이 연기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삼성에 대한 많은 의견을 전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며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의 상고 결정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서 약 3조486억 원 규모를 20일에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결정이다. 더불어 이날부터 5월 16일까지 약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예정이다. 해당 자사주는 임원 성과급 지급이나 주주 가치 제고 등의 목적으로 활용된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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