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프레소가 북미 지역에 공개한 음성 기반 인공지능(AI) 일기 앱 ‘레디’의 사용 화면. 사용자가 음성으로 3분 분량의 일기를 남기면 AI가 정신건강 상태를 분석해 산책, 명상 등 맞춤형 행동 지침을 제공한다. 닥터프레소 제공
2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닥터프레소는 최근 사용자가 작성한 일기를 기반으로 우울증을 감지하는 애플리케이션 ‘레디’를 개발했다. 레디는 사용자가 3분 분량의 음성 일기를 앱에 기록하면 음성의 높낮이와 속도 등 목소리 상태와 내용을 바탕으로 우울 정도를 건강, 중등도, 위험 3단계로 파악해 알려준다. 우울증 초기 징후가 나타나면 앱이 산책 등 상황에 맞는 행동을 추천해 준다. 이 앱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다음 달 3일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ICT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우수 기업에 수여하는 ‘글로모 어워즈’ 최종 수상 후보에 올랐다.
개인 심리 상태를 정밀 분석한 뒤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미국 기업 워봇 헬스는 정신건강 챗봇 ‘워봇’을 개발했다. 워봇은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인지 행동 치료(CBT)를 해주는 챗봇이다. 이스라엘 기업 탈리아즈는 AI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 ‘프리딕틱스’로 우울증 환자의 유전 데이터와 병력, 심리적 요인 등을 분석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항우울제를 추천해 준다. 다만 비대면 진료 영역인 데다가 정신과는 향정신성의약품 위주로 처방하기 떄문에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해당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 감정노동자의 ‘감정 부담’도 측정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는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기술과 서비스도 등장했다. KAIST 전산학부 이의진 교수 연구팀은 중앙대 박은지 교수팀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콜센터 상담원이나 은행 직원 등 감정 노동자들의 감정 작업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기존의 주관적 자기 보고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뇌파, 심전도, 체온 데이터 등 다중 모달 센서 데이터를 활용해 감정적 작업 부하를 평가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 모델은 감정적 작업 부하가 높은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87%의 정확도로 구분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감정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앱과 연계해 실증할 예정이다. 실제 미국 기업 코기토는 콜센터 상담원의 목소리를 분석해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하고, 필요할 경우 관리자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I와 확장현실(XR) 기기가 접목된 몰입형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영국 기업 옥스퍼드 가상현실(VR)이 개발한 VR 헤드셋 기반 인지 치료는 매장 방문, 버스 탑승, 진료소 방문 등 사용자 반응에 맞춘 실시간 환경 조정으로 사회 불안 장애와 공포증 치료를 지원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송근혜 책임연구원은 “(AI가) 감성컴퓨팅, 감성증강, 로봇기술, 뇌공학, 바이오 인포매틱스 등과 결합하면서 앞으로 인류의 정신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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