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계, LA 시위 계기 반 트럼프 돌아서나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6월 10일 10시 46분


코멘트

노동조합 지도자 체포가 시위 촉발
트럼프의 친 노동자 이미지에 타격

미 서비스노동자국제노동조합(SEIU)의 데이비드 우에르타 캘리포니아 지부장이 체포된 것이 로스앤젤레스 시위의 발단이다. 우에르타 지부장이 9일(현지시각) 보석으로 풀여난 직후 기자회견하는 모습. 2025.6.10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미 서비스노동자국제노동조합(SEIU)의 데이비드 우에르타 캘리포니아 지부장이 체포된 것이 로스앤젤레스 시위의 발단이다. 우에르타 지부장이 9일(현지시각) 보석으로 풀여난 직후 기자회견하는 모습. 2025.6.10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미 로스앤젤레스의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노동조합이 주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미묘한 입장을 보여 온 노동계가 정면으로 맞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시위는 캘리포니아 주 최대 노조인 서비스노동자국제노동조합(SEIU)의 데이비드 우에르타 지부장이 체포된 것이 발단이다. 우에르타 지부장은 9일 보석금 5만 달러를 내고 석방됐다.

간호사, 청소 노동자, 경비원 등 조합원들이 로스앤젤레스 시내 그랜드 파크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다른 노조들도 SEIU와 연대를 선언했다.

이번 사태는 노동계가 트럼프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노동계는 최근 몇 년 동안 노동자의 권익 옹호를 강조해온 트럼프에 호감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인 노조 지도자들조차 적극적인 트럼프 반대를 망설여왔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이 노조가 그에 맞서기로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노조 내 이민자 조합원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이 배경이다.

9일 현재, 전미트럭운전사노동조합(Teamsters)과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의 일부 지부들과 미국 노동 총연맹 산업별 조합회의( AFL-CIO)가 SEIU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 및 공항 노동자를 대표하는 다른 노조의 조합원들도 이번 시위에 참가했다. 이들은 노동과 이민 문제를 하나의 투쟁으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9일 시위 현장에는 많은 참가자들이 보라색 SEIU 셔츠를 입고 있었다. SEIU의 한 지도자는 “우리 모두가 우에르타”라고 외쳤다. 호텔 및 공항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의 조합원들도 북을 치면서 시위에 가담했다.

최근 불법체류 이민자가 많은 서비스 업종의 노동조합 가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스티브 스미스 AFL-CIO 대변인은 “합법 체류자든 아니든,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들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마존 배달기사인 트럭운전사 노조원 알프레드 무뇨스(43)는 우에르타 지부장과 SEIU가 지난해 12월 아마존 파업 당시 우에르타가 SEIU 조합원들을 보내 지원한 것이 시위에 가담한 이유라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의 불법 체류자들은 세금을 내고 범죄 이력이 없는 장기 거주자들이 다수이며 자신들이 이민자 단속 대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로스앤젤레스 대도시권에서 불법체류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고졸 이하 히스패닉 이민자의 72%가 20년 이상 미국에 거주해왔다. 미국 전체로는 54%, 플로리다 주는 43%다.

노동조합은 과거 이민자들을 조합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여겼다. 그러나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조합원이 줄자 이민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SEIU가 198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청소노동자를 조직화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이번 싸움은 노조와 트럼프 사이 관계가 미묘해진 시점에서 벌어졌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이미지를 노동자 대변 정당으로 탈바꿈시킨 당사자다.

이에 따라 상당수 노동조합이 지난번 대선에서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해 트럼프를 지지하거나 최소한 적극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취했다.

또 트럼프가 아버지가 트럭 운전사인 로리 차베스-디리머를 노동장관으로 지명하면서 트럭운전사 노조가 크게 환영했으며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반대 캠페인을 벌였던 션 페인 UAW 회장도 연초 자동차 관세 부과 소식에 공화당과 협력 의사를 밝혔다.

반면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은 연방 공무원 대규모 해고에 반대해 정부에 맞서는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이민 문제에 대해 일반 조합원들이 트럼프를 지지할지 아니면 지도부를 따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노조의 전통적 기반이었던 블루칼라 노동자 다수가 트럼프의 국경 보안 강화와 추방 확대 공약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