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육군 기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해 연설하고 있다. 포트브래그=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기지인 ‘포트 브래그(Fort Bragg)’를 방문했다. 최대 규모의 미 육군 기지인 포트 브래그는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며 미국 남북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으로 논란에 휩싸인 곳이기도 하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포트 브래그를 찾아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발사, 특수전사령부 작전, 공수부대원 600명 낙하산 점프 등 미군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각종 시연을 약 40분간 지켜봤다.
미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본부가 위치한 포트 브래그는 그린베레(특전부대)와 공수사단 등 고도로 훈련된 부대가 주둔하는 기지다. 오는 14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수도 워싱턴DC에서 대규모 열병식 등의 자축 행사가 예정된 가운데, 미군 최대 규모 기지인 포트 브래그를 방문해 축하 주간의 시작을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포트 브래그는 미국 정치 갈등 속에 2년 새 이름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1918년 포병 훈련소로 설립된 포트 브래그는 당초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지휘관으로 활약한 ‘브랙스턴 브래그’ 장군의 이름에서 명칭을 따왔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인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후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사기지의 명칭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흑인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부연합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차원이었다. 당시 미국에선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것을 계기로 전국에서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흑인 인종 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한 상태였다.
이에 2023년 미 국방부는 포트 브래그의 명칭을 미국 헌법적 가치인 자유(liberty)를 뜻하는 ‘포트 리버티(Fort Liberty)’로 바꿨다. 노예제 폐지에 끝까지 반대했던 남부연합 장군 헨리 배닝의 이름을 딴 조지아주 군사 기지 ‘포트 배닝(Fort Benning)’의 이름도 ‘포트 무어(Fort Moore)’로 바뀌었다.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큰 공을 세운 할 무어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러나 올 3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피트 헤그세스 초대 국방장관은 두 곳의 명칭을 원상태로 돌렸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명칭이 바뀐 지 2년도 되지 않아 ‘포트 리버티’는 다시 ‘포트 브래그’로, ‘포트 무어’는 다시 ‘포트 배닝’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올해 바뀐 명칭은 “전혀 다른 별도의 개인을 기린다”고 선을 그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두 기지의 이름은 남부연합 장군 브래그와 배닝이 아니라, 각각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롤랜드 브래그’ 일병과,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프레드 배닝’ 상병을 기린다. 이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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