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등 수십곳 새벽 공습… 軍 ‘투톱’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4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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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핵협상 이틀 앞 기습 타격
정오에도 추가 공습… 20명 넘게 사망
이란 “가혹한 응징” 드론 100대 보복
중동 확전 가능성에 국제유가 급등

불타는 테헤란
13일(현지 시간)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주거용 건물 일부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둔 이날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벌여 이란 내 핵시설 등 군사시설과 군 지휘부, 핵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표적 공습을 단행했다. 사진 출처 ‘X’
불타는 테헤란 13일(현지 시간) 새벽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주거용 건물 일부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둔 이날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벌여 이란 내 핵시설 등 군사시설과 군 지휘부, 핵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표적 공습을 단행했다. 사진 출처 ‘X’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을 이틀 앞둔 13일(현지 시간)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 등 군사시설 수십 곳을 기습 타격했다. 동시에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아미르 하지자데 IRGC 항공우주사령관 등 군 최고위 지휘관들과 모하마드 테헤란치 이슬람아자드대 총장, 페레이둔 아바시 전 이란원자력기구 대표 등 핵 과학자들도 표적 공습했다. 이란 메르흐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정오에도 나탄즈 핵 시설 등에 추가 공습을 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군지휘관 거주지는 물론 혁명수비대 회의가 열린 지하 지휘소까지 공격해 고위 지휘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핵 과학자는 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도 무인기(드론) 100여 대를 발사하는 등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확전 우려가 제기되며 국제 유가가 장중 한때 10% 넘게 치솟았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경우 국내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이란 내 약 100개의 목표물에 대해 330발이 넘는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과 군사시설을 공습하며 동시에 군 지휘관과 핵 개발 관여 과학자를 공격한 건 처음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며 “이스라엘 생존에 대한 위협을 격퇴하기 위한 것으로, 며칠이 걸려도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보복 공격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여러 차례 협상의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결국 해내지 못했다”며 “이란은 너무 늦기 전에 그냥 (협상을) 하라”고 밝혔다.

이 “생존 위협 제거때까지 공격”… 이란 핵과학자 6명 표적 공습
[이스라엘, 이란 선제 공격]
이 “작전명 ‘일어나는 사자’ 개시”
핵개발 심장부 나탄즈-테헤란 타격… 전세계 외교 공관 당분간 폐쇄 방침
트럼프, 이 공격에 “훌륭하다 생각”… 美국무 “우리는 관여하지 않았다”
폐허로 변한 테헤란
13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진 가운데 구조대원과 시민들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테헤란 등 6개 이상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게티이미지
폐허로 변한 테헤란 13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진 가운데 구조대원과 시민들이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은 전투기 200여 대를 동원해 테헤란 등 6개 이상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의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게티이미지
“이스라엘의 생존 위협을 무력화하는 ‘일어나는 사자(Rising Lion)’ 작전을 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 등에 대한 공습을 개시한 직후 영상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는 구약성경의 민수기 23장 24절에서 따온 작전명으로, 사자로 표현된 이스라엘이 신의 보호 아래 적들을 완전히 물리칠 거라는 예언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이 최대 숙적인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작전은 생존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한 계속될 것”이라고 해 이번 군사작전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은 전 세계 외교 공관도 안전을 위해 당분간 운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 자국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역내 친(親)이란 무장단체들을 계속 공격해 사실상 무력화시킨 상태다. 자국 인근의 친이란 세력이 크게 약해진 상황을 기회 삼아 이란 핵 위협 제거에 전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 美-이란 핵협상 앞두고 전격 공습

앞서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이 열리는 15일 이후일 거라고 봤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르면 15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예상을 깨고 기습적으로 선제 공격에 나서면서 미국과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3일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BC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 기회를 줬지만 그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강하게 맞았다. 앞으로 올 게 더 많다”고 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이날 오후 이란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두 달 전 이란에 최후통첩을 줬는데 오늘이 61일째”라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란이 미국의 최후통첩 시한을 넘기자 이스라엘이 공격을 단행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공격 직후 미국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테러리스트 미국 정권의 전적인 정보 제공과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 “이란 핵 절대 용납 못 해”

그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을 최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핵 개발 관련 인사들을 살해해 왔다. 2007년 핵물리학자 아르데시르 호세인푸르 시라즈대 교수, 2010년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 교수, 2020년 모센 파흐리자데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 부소장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다. 이 같은 표적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들도 이란에 대거 침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교착도 이스라엘에 공격 명분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핵탄두 원료를 추출할 토대가 되는 자체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라고 이란에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고 새로운 농축 시설을 추가로 세우겠다며 맞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전날 이란이 핵무기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결의했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란은 1년, 심지어 몇 달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이스라엘 생존에 명백한 위협”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핵시설의 심장부인 나탄즈 지하 핵시설이 13일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주장했다. 다만 IAEA는 해당 시설에서 방사능 수치가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공격으로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사실상 중단돼 중동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미국과의 핵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를 겪고 있고, 군사시설도 대거 파괴된 이란이 핵협상을 완전히 무시하긴 어렵단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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