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3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선 후보(가운데)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총기 피습으로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피를 흘리면서 주먹을 치켜든 모습. 버틀러=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지난해 대선 유세 도중 벌어진 총격 암살 시도에 대해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피습 직후 피를 흘리면서도 성조기 아래서 주먹을 치켜들며 ‘싸우자’는 구호를 외쳐 선거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직후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 지지층 결집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피습 1년을 하루 앞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운 좋게도 나는 재빨리 몸을 숙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가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당시 범인을 사살한 비밀경호국 저격수의 이름을 ‘데이비드’라고 밝혔다. 그는 “한 발의 원거리 사격으로 5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범인을 사살했다”며 “그가 그렇게 하지 못했더라면 상황이 훨씬 더 나빴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3일 대선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연설 도중 20세 남성 토머스 매튜 크룩스가 쏜 총탄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았다. 이 공격으로 현장에 있던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크룩스는 당시 미 비밀경호국 요원의 대응 사격에 숨졌다. 이후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벌였지만 명확한 암살 시도 동기 등은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이란의 배후 가능성에도 주목했지만, 이에 대한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추대하는 전당대회(위스콘신주 밀워키) 개막 이틀 전 발생한 이 사건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귀에 거즈를 붙인 채 전당대회에 참석해 ‘불사조’ 이미지를 얻었다. 총기 피습 직후 경호 요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외친 ‘싸우자’는 단어는 선거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결집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5일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총격 암살 시도가 일어난 버틀러를 다시 찾아 대규모 야외 유세를 열며 이 같은 이미지를 강점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트럼프 측근은 트럼프가 삶과 죽음을 오가는 사건을 겪으면서 변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신의 가호로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언급하거나 주변에 감사의 말을 자주 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그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의 저변에 항상 남아 있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거칠고 예측 불허의 행동을 하며, 갑자기 불교의 수행자 처럼 변한 건 아니지만, 좀 더 감사할 줄 알고 친구들에게도 자상하게 관심을 보인다”고 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초 생일에 전에 없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사실 그 사건으로 트럼프가 죽음을 면한 것은 기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이후 자기가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는 믿음이 강해진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