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다음 달 1일부터 상호관세 30%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출처=트루스소셜) 2025.7.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도 각각 30%씩 상호관세를 책정한 서한을 12일(현지 시간) 전격 공개했다. 관세 발효 시점은 앞서 한국과 일본 등에 책정한 상호관세와 마찬가지로 다음달 1일부터로, EU와 멕시코 역시 그전까지 미 측과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 폭탄을 얻어맞는다.
상대국들에 무차별 관세 서한을 날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전쟁의 판을 더 키우며 동맹들까지 다시 옥죄이고 있다. 특히 EU와 멕시코의 경우 서한 공개 직전까지 미 측과 협상을 진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에 주는 충격파는 더 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치열한 협상에서 판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압박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멕시코에 내달 1일부터 30%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2일(현지 시간)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텍사스주 커빌의 비상운영센터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함께 홍수 관련 간담회를 하는 모습. 2025.07.12 커빌=AP 뉴시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11일로 날짜가 적시된 두 건의 서한을 공개했다. 수신자는 각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었다.
두 서한에서 그는 많은 관세와 비관세 정책, 무역장벽 문제를 공통으로 제기한 뒤, 이러한 조치들이 미국에 심각한 무역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무역적자가 미 경제는 물론 국가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두 나라에 각각 30%의 상호관세를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25건(24개국+EU)의 서한을 공개했다.
특히 멕시코에 발송된 서한에선 “멕시코는 여전히 북미 전체를 마약 밀매 놀이터로 만들려고 하는 (마약) 카르텔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면서 “(마약) 펜타닐 확산을 막는 게 우리가 멕시코와의 관계에서 직면한 유일한 도전과제”라고 밝혔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사상 최대 규모의 펜타닐 압수 작전을 벌이고, 카르텔 조직원 수십 명을 미국으로 송환하는 등 나름 미 측에 협조하고 있음에도, 마약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는 상대의 취약점을 최대한 물고늘어져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EU와 멕시코를 겨냥한 이번 관세 조치에 대해 “세계 무역 규칙을 다시 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동맹 관계마저 흔들 준비가 이미 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지난해 기준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였다. 양방향 상품 교역 규모는 9759억 달러(약 1346조 원)에 달했다. 국가별로는 멕시코가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상품 교역 규모는 8400억 달러(약 1158조 원) 수준이었다.
특히 EU와 멕시코는 최근까지도 미국과 긴밀한 협상을 이어왔다.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도출될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NYT도 “협상에 참여한 많은 EU 관계자들은 협상 타결 직전까지 다다랐다고 믿고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30%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모든 상황은 급변했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역시 마르셀로 에브라르 경제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국경안보, 이민, 무역 등을 포괄하는 ‘포괄적 합의’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서한이 공개되면서 충격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 EU “필요하면 비례적 대응조치”
트럼프 대통령의 ‘묻지마’ 관세 편지를 전달받은 무역 상대국들은 일단 다음달 1일까지 최대한 협상에 나설 방침이지만, 보복 조치 등 대응 방안 역시 이젠 더 적극적으로 염두에 두는 기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2025.06.27 브뤼셀(벨기에)=AP 뉴시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8월1일까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비례적 대응조치 등 EU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가 “양측의 기업과 소비자 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핵심적인 대서양 공급망까지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브라르 멕시코 경제장관은 이날 X(엑스·구 트위터)에서 11일 이 서한을 전달받았다며 “우리는 (미 측과의) 실무회의에서 이것이 부당하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WSJ는 멕시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셰인바움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피로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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