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도네시아와의 통상 협정 체결 사실을 공개하며 “한국 또한 (농산물 등의) 시장 개방에 응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대통령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베트남에 이어 15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와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두 나라로부터 미국산 농산물, 항공기, 에너지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또 미국산 제품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수출할 때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하는 등 시장 개방 수준을 높이는 데도 합의했다.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등을 강하게 요구하고 이를 받아내는 모양새다. 향후 한국에도 미국이 자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 획기적인 협정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전체 시장을 미국에 개방한다”며 “협정의 일환으로 인도네시아는 150억 달러(약 20조8395억 원)의 미국산 에너지, 45억 달러(약 6조2518억 원)의 미국산 농산물, 50대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부과하기로 했던 32%의 관세율을 19%로 낮추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인도와도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협정을 조만간 맺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특히 그는 “일본은 절대 시장을 열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서한(상호관세율 25%로 명시)대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과 달리) 한국은 (시장 개방) 의향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될지 곧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국과의 협상에 더욱 속도를 내고,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발언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한국이 미국 측의 관심이 큰 소고기와 사과 등 농축산물 분야 수입 확대 및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이전 다른 나라와 추가로 무역협정을 맺을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5, 6개국과 협상 중이며 2, 3개국과의 합의를 발표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농산물 개방 3國과 무역합의… “韓도 의지” 압박 높여
[보름앞 다가온 상호관세] ‘농산물 열고 보잉기 구입’ 인니에… 美 관세율 32%서 19%로 낮춰 美 “韓, 日과 달리 개방의향 있는듯”… 양국 비교하며 타결 압박 이례적 이달말 의약품-반도체 관세 발표
다음 달 1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이며 약 2억80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인도네시아와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영국, 베트남에 이은 세 번째 타결이다. 그는 이번 협정을 통해 미국 농장주, 농민, 어민들이 사상 처음으로 거대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권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로부터도 △농산물 시장 개방 △보잉 항공기 구입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 △중국 상품의 미국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한 제3국 환적 금지 등을 약속받았다. 그 대신 인도네시아에 부과하기로 했던 32%의 관세율을 19%로 낮추기로 했다. 기존 관세율(10%)의 두 배 가까이로 관세율을 올렸고, 큰 폭의 시장 개방을 이끌어 냈다는 점 때문에 이번 무역 협상에선 미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협정을 체결한 영국에는 25%의 자동차 관세를 연 10만 대에 한해 10%로 인하했다. 베트남에는 46%로 부과한 관세를 20%로 낮췄다. 또 관세율 인하를 위해선 농산물 등의 시장을 적극 개방해야 한다는 식의 압박 전략을 계속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日보다 韓과의 협상에 더 속도 내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한국과도 시장 개방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춘 협정이 체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기지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항상 상대국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데 일본은 자국 시장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게 할 의향이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5, 6개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아마 2, 3개는 (협정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직접 비교하며 사실상 조속한 협상 타결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한국은 미국 측이 관심을 보이는 소고기, 사과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데 반해 일본에선 좀처럼 수용 의사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3일에도 일본에 대해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은 매우 강경(tough)하고, 버릇이 없다(spoiled)”며 협상 교착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협상 상대국으로부터 미국이 원하는 것에 대한 ‘맞춤 협정’을 이끌어 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조선 강국’ 한국과 조선업 협력 등을 타진했듯, 구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는 자원 이용 조건을 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도네시아는 매우 가치 있는 희토류와 여러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잘 알려진 건 매우 고품질의 구리로, 우리는 그것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광물자원을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의약품-반도체도 이달 말 발표 예상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의약품 관련 관세 또한 이달 말쯤 발표할 뜻을 드러냈다. 그는 “의약품 관세는 처음에는 낮은 관세로 시작해 제약회사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것”이라며 “그 후에 아주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 제약사가 미국에서 제품을 파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관세를 내고 팔든지, 미국으로 옮겨와서 관세를 피하든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시점에 대해서도 의약품과 비슷한 이달 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관세 부과 방식은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복잡하다”고 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모두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경영난에 처한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사 가루다항공이 기존에 주문한 보잉 항공기도 대금을 못 내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가 50대의 보잉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한 게 실질적으로는 미국에 이득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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