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농산물 개방에 中견제 군사협력 고리로… 인니 13%P-베트남 26%P 등 상호관세율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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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관세 합의]
美와 합의 5국 모두 농축산물 개방… 英, 소고기 1만3000t 무관세 수입
베트남 4조-인니 6조원 농산물 구입… 상호방위조약 필리핀은 군사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주요 교역국에 대한 무역 합의를 압박하는 가운데 22일(현지 시간) 협상을 타결한 일본은 물론이고 앞서 협상을 마무리한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도 모두 농축산물 시장 개방 또는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이 나라들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을 토대로 미국의 상호관세율 인하를 이끌어낸 셈이다.

미국과 가장 먼저 무역 합의를 끝낸 나라는 영국이다. 일찌감치 미국과 관세 협상에 돌입했고 올해 5월 8일 가장 먼저 협상 타결 소식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영국은 미국산 소고기를 1만3000t까지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1000t만 수입했고, 여기에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 영국은 미국산 에탄올에 대해서도 14억 L를 무관세로 수입하기로 했다. 에탄올은 옥수수에서 추출되는 바이오연료로 수출 물량 확대는 미국 옥수수 재배 농가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 같은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통해 미국은 영국산 제품에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기로 했다. 또 영국산 자동차에 대해선 연간 10만 대에 한해 10%의 관세만 적용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 자동차에는 25%(기존 관세 2.5%를 합산하면 27.5%)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역시 전 세계에 부과 중인 철강·알루미늄 관세(50%)도 영국산에 대해선 25%만 부과 중이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크게 늘리기로 약속했다. 베트남은 자국 시장에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또 총 29억 달러(약 4조20억 원)어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기업 보잉의 항공기도 50대를 80억 달러(약 11조 원)에 구매키로 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미국의 베트남산 제품 관세는 당초 예고된 46%에서 20%로 26%포인트 낮아졌다.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발표한 인도네시아에도 미국은 관세율을 당초 예고한 32%에서 13%포인트 낮아진 19%를 적용키로 했다. 대신 인도네시아도 45억 달러(약 6조2100억 원)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기로 했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자국 정서상 민감하게 여겨지는 육류 등 할랄 관련 식품을 제외하곤 미국산 식품과 농산물에 대한 모든 인도네시아 수입 인허가 제도를 면제키로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관세 서한에서 20% 관세 부과가 예고됐던 필리핀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시사했고, 관세율을 19%로 낮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필리핀과의 무역 합의 사실을 알리면서 “우리는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1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양국 상호방위조약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태평양 어디에서든 적용된다며 대(對)중국 견제에 두 나라가 앞으로 협력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필리핀이 미국에 군사 공조 협력 의사를 밝혔고, 이 점이 협상과 관세율 조정에도 영향을 줬으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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