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과 양국 무역협상을 타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백악관은 X에 이 사진을 게재하며 ‘일본과 대규모 협상(Massive Deal with Japan)’ 문구를 달아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사진 출처 백악관 ‘X’
미국과 일본이 22일(현지 시간) 무역 협상을 전격 타결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는 앞서 일본에 책정한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췄다. 특히 양보하지 않을 듯 보였던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앞서 4월부터 부과된 25%에서 절반인 12.5%로 인하했다. 이에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는 기존 2.5%의 관세를 더해 총 15%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일본이 처음으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라며 “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그리고 항상 안 된다고 하던 농산물과 쌀도 개방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은 수십억 달러 상당의 군사 장비와 기타 장비를 구매하고, 5500억 달러(약 758조 원)를 투자하며 이 중 90% 이상을 (미국에 수익으로) 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방식은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 개방에 동의할 경우에만 관세를 인하하겠다. 그렇지 않다면 훨씬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22일 집권 공화당 의원들과 가진 행사에선 일본이 미국 알래스카주의 액화천연가스(LNG) 합작 사업에 나서기로 한 사실도 밝혔다. 미국은 알래스카주에 13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이 사업에 한국도 참여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또 블룸버그통신은 23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이 △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 △미국산 쌀 구매 75% 늘리기 △미국산 농산물 및 기타 제품 80억 달러어치 구입 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방산 기업과의 계약도 기존 연간 140억 달러 규모에서 170억 달러로 30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일본이 얻어낸 15%의 상호관세율에 대해 “대미(對美) 무역흑자 국가 중에선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숫자”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합의에서 일본 농업을 희생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산 쌀의 경우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 시장 접근(MMA)’ 물량 안에서 일단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수입을 확대해 나갈 방침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 보내는 관세 서한을 앞서 7일 가장 먼저 공개하는 등 그동안 한국과 일본 모두를 강도 높게 압박해 왔다. 하지만 22일 일본과의 합의를 먼저 발표하면서, 한국이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5일 예정된 ‘한미 2+2 재무·통상 고위급 협의’에서 쌀·소고기 시장 개방,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등은 일단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협력과 미국산 에너지 수입 등을 앞세우고 민감한 쟁점 사안은 전략 카드로 삼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합의가 한국에 긍정적인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자동차 관세율 인하를 얻어냈고, 농산물 수입도 어느 정도 방어한 건 한국에도 나쁜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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