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관세 합의]
“반도체-의약품 불리한 대우 없을것”… 수입쌀 전체 규모 유지, 美쿼터만 늘려
알래스카 LNG 사업 美와 벤처 설립… AI-광물 등 美-日 공급망 구축 전망
“4000억→5000억 달러”… 흑백사진 속 포착된 日투자 자료
2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진 일본과의 무역협상 관련 자료. 밑부분에 ‘4000억 달러’를 ‘5000억 달러’로 수정한 흔적이 보인다. 이날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8조 원)를 투자하는 대신 상호관세를 기존보다 10%포인트 낮은 15%로 부과받았다. 사진 출처 댄 스캐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X’
미국과 일본이 워싱턴에서 22일(현지 시간) 무역 협상에 합의했다. 일본은 쌀과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5500억 달러(약 758조 원) 투자 패키지를 얹어서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율(25%→15%)과 자동차 관세율(25%→15%·기존 자동차 관세율 2.5% 포함)을 크게 낮췄다. 일본은 당초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자동차 관세율은 낮췄지만 쌀 수입 물량 확대 등을 약속하면서 농가들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미국과 일본 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로 정해졌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율이 부과되는 상황을 일본으로서는 목전에 막은 것이다. 앞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존보다 1%포인트 올린 25%의 상호관세율을 일본에 서한으로 일방 통보해 일본 내 반발이 컸다. 하지만 보름 만에 10%포인트 줄이는 데 성공한 것.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이날 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협상을 통해 15% 수준으로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과 무역흑자를 가진 나라 중 가장 낮은 관세율”이라고 자찬했다.
일본은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핵심인 자동차 품목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절반으로 깎아 12.5%로 낮추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존 관세율인 2.5%를 합하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 자동차에는 총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도요타자동차의 주가가 14% 이상 치솟는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졌다.
반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난색을 드러냈다.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를 대변하는 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이번 합의가 미국 산업계와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반도체, 의약품 등 전략물자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에도 일본이 타국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도록 하는 확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향후 부과될 수 있는 관세에 일종의 ‘보험’을 들어놨다는 뜻이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대한 관세율 50%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또 주일미군 방위비(방위 예산) 인상과 엔저 등 환율 내용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 ‘최후 보루’ 쌀 수입 물량 확대, “수입 쌀 전체 규모는 그대로” 진화
일본은 자동차 관세율 인하를 얻는 대신 쌀 시장을 추가 개방하는 카드를 선택했다. 이시바 총리는 “기존 ‘최소시장접근(MMA) 방식’ 제도 안에서 국가의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하면서 필요한 쌀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 제도에 따라 매년 무관세로 쌀 77만 t을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산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34.6t이며 비율은 45%가량이다. 전체적으로 무관세로 들어오는 수입 쌀 규모는 그대로 두되 이 쿼터 안에서 미국 쌀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에 농가의 우려가 커지자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농림수산상이 직접 나서 “전체적인 수입 쌀의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도 “(수입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 사실을 전하며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과 일부 농산물 등에서 자국 시장을 개방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동차와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미일 양측에서 공식 발표 등이 없었다. 자동차와 관련해선 까다로운 일본의 안전기준 완화 같은 비관세 조치가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日, 미국에 5500억 달러 투자 약속
한편 일본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연방 의회 공화당 의원들을 초청한 행사 연설에서 알래스카의 LNG 사업 관련, 일본이 미국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미국이 한국에도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반도체, 조선, 중요 광물,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과 제조업 관련 분야를 예로 들며 미일 간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또는 대면 회담도 필요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20일 참의원 선거 패배로 퇴진 압력이 거세지만 미일 정상회담 의사를 분명히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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