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는 순교자”… ‘마가 부흥회’가 된 추모식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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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만여명 몰려 “USA” “커크” 외쳐
트럼프 “전도자는 불멸, 이제 싸워야”
밀러 “선악의 대결” 좌파 척결 공세

추모식에 모인 ‘마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이자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등을 착용한 추모식 참석자들이 커크의 생전 영상을 보며 감정에 북받친 모습. 글렌데일=AP 뉴시스
추모식에 모인 ‘마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이자 지지층을 뜻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등을 착용한 추모식 참석자들이 커크의 생전 영상을 보며 감정에 북받친 모습. 글렌데일=AP 뉴시스
“그는 미국의 자유를 위한 ‘순교자(martyr)’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청년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터닝포인트USA 대표의 추모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피살된 커크의 생전 활동을 설명하며 그를 ‘순교자’와 ‘전도자’로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중 많은 이들은 손을 꼭 모았고, 눈을 지그시 감는 등 종교 지도자의 설교를 듣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또 7만3000여 명의 행사 참석자들은 중간중간 환호하며 “USA”와 “커크” 등을 외쳤다.

오전 11시에 시작돼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추모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한 ‘예배’ 같았다.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도 총출동해 커크를 추모했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전도자(커크)는 이제 불멸의 존재가 됐다”며 “싸워야 한다. 그게 우리나라를 구하는 것”이라고 외쳤다. 공격 대상으로 자신이 커크의 암살 배후로 지목한 급진 좌파를 겨냥한 것. 그는 “급진주의자들과 (진보) 언론의 동맹이 찰리를 침묵시키고자 했다”고도 주장했다. 강성 마가 성향인 밀러 부비서실장은 진보 진영과의 싸움을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하며 ‘좌파 척결’ 총공세를 예고했다.

이번 추모식은 마가 진영이 정치적 결집을 넘어 정체성과 종교적 신념까지 공유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2기 시대의 보수 기독교와 공화당이 얼마나 밀착되었는지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커크 추모식이 ‘좌파 척결 집회’로… 트럼프 “Fight” 보복 노골화
[마가 집결 커크 추모식] ‘마가 부흥회’ 된 커크 추모식
밴스 등 강성 마가 인사 총집결… 트럼프 “적 용납못해” 좌파 겨냥
참석자들 성조기 상징 드레스코드
“또 다른 선 긋기의 시작” 비판도
“나는 내 적을 용납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서 “싸우자(Fight)”를 외치며 사실상 ‘보복’을 천명했다. 그는 커크가 “급진화된 냉혈한 괴물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했다”며 커크가 피살된 책임이 급진화된 진보 진영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날 현장엔 마가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총집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번 추모식에 백악관 및 내각 인사만 최소 21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정치와 종교가 뒤엉킨 행사로 진행된 이날 추모식에서 연사들은 ‘순교자’ ‘불멸의 존재’ ‘전도자’ ‘구원자’ 같은 표현을 써 가며 커크를 추앙했다. 다만 ‘평화’ ‘포용’ ‘화해’ 같은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그 대신 ‘분노’ ‘보복’ ‘결집’ 등이 그 자리를 채웠다.

● “커크가 마가 결집에 기여”

커크 부인 위로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참석해 그의 아내 에리카를 위로하고 있다. 글렌데일=AP 뉴시스
커크 부인 위로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찰리 커크의 추모식에 참석해 그의 아내 에리카를 위로하고 있다. 글렌데일=AP 뉴시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파란색, 빨간색, 흰색이 담긴 옷을 입었다. 주최 측이 사전에 ‘드레스코드’로 성조기 색깔을 지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푸른색 재킷과 붉은 넥타이, 하얀 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그는 “총은 그(커크)를 겨눴지만, 그 탄환은 우리 모두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우파 진영을 겨냥한 기획성 공격임을 시사한 것.

또 트럼프 대통령은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를 세운 커크가 “마가 결집에 기여했다”며 커크의 죽음을 계기로 우파가 더 단단하게 뭉쳐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또 추모사를 마친 직후엔 커크의 부인 에리카를 단상으로 불러 포옹하며 커크를 기린다는 표시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에리카는 남편의 추도사에서 “그 젊은이(살해범인 타일러 로빈슨)를 저는 용서한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젊은이들을 비참함과 죄악의 길에서 벗어나게 해줄 단체가 필요하다”며 자신이 커크의 뒤를 이어 터닝포인트USA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참석자들은 수시로 “할렐루야” “아멘” 등을 외쳤다. 추모사에서도 성경 구절이 자주 인용됐다. 커크의 절친한 친구였던 밴스 부통령은 “우리는 그가 미국의 영웅이자, 기독교 신앙의 순교자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은 “예수는 33세에 돌아가셨는데 역사의 궤적을 바꿨다. 찰리는 31세에 숨졌고, 이제 역사의 궤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린 모두 찰리의 교회에 모여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마가 진영 핵심 인사들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이들이 커크의 추모식에서 종교적 정체성을 강조하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강한 정치적 결집을 이뤄내려 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행사장에 있던 케빈 씨는 “오늘 그(커크)가 수만 명의 지지자와 함께 부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얼굴이 그려진 셔츠를 입은 조 씨도 “마가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됐고,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커크 추모식이 또 다른 선 긋기의 시작일 수도”

하지만 강한 종교적 색채와 이를 통한 정치적 결집이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학생 스티븐 씨는 “커크를 추모하기 위해 왔는데 신성한 예배가 너무 정치에 물들여진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다”며 “이런 행사는 또 다른 선 긋기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행사의 규모와 공화당 지도부의 참석 면면은 마치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을 연상케 했다”면서 “그러나 커크는 공직자가 아닌 사인(私人)이자, 분열적인 견해를 펼쳤던 정치적 인플루언서였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추모식은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8시경 7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입장하지 못한 이들은 인근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로 옮겨가 대형 전광판을 통해 추모식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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