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위의 실권자’ 무니르 육참총장
트럼프家 연계 코인 결제 도입해 ‘환심’
백악관 찾아 “노벨상 받으셔야” 발언도
주미 파키스탄 대사관, 이란 대변해와
신뢰 바탕으로 양측 오가며 물밑 협상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
미국-이란을 설득해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파키스탄이 핵심 중재자로 부상했다. 미-이란이 공습을 주고받으며 극도로 긴장된 가운데, 양국과 직접 소통하며 합의를 끌어낸 파키스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나선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파키스탄 실권자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의 긴밀한 신뢰관계가 한몫했단 분석이 나온다. 파키스탄은 형식상 총리가 행정부 수반을 맡는 민주국가이지만, 실권은 평생 면책특권을 가진 무니르가 쥐고 있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트럼프 가문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을 국경 간 결제에 도입하기로 한 ‘크립토 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니르 총장을 ‘가장 좋아하는 야전 원수’, ‘대단한 전사’ 라고 수차례 치켜세웠다. 지난해 6월엔 무니르 참모총장이 직접 백악관을 찾은 자리에서 인도와의 분쟁 해결의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 돌리며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파키스탄 정부는 “인도-파키스탄 분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한 외교적 개입과 중추적인 리더십을 인정해 2026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무니르 참모총장은 미국 측이 제안한 15개 항목의 휴전안을 이란 측에 전달하는 등 극비리에 물밑 협상을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무니르 참모총장은 지난달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고, 파키스탄의 무함마드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이튿날인 23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는 등 양국 지도부와 직접 소통 채널을 가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니르 참모총장과 통화한 다음날인 지난달 23일 “지난 이틀간 이란과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며 예고했던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키스탄 안보 전문가를 인용해 “파키스탄이 지금처럼 백악관에 강력한 접근권을 가졌던 적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 중재국이었던 카타르 등 걸프 국가들과 달리 미군 기지가 없어 중립적 중재자로서 나설 수 있다는 강점도 가진다. 1979년 미국과 이란의 단교 이후 워싱턴 내 ‘이란 이익대표부’를 파키스탄 대사관이 맡아온 역사적 특수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자산으로 꼽힌다.
파키스탄이 이처럼 필사적인 중재에 나선 배경에는 자국 내 절박한 사정도 자리한다. 에너지 공급 차질과 물가 상승, 국내 시아파 인구의 반발 문제를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약 9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로, 자국 인구의 약 20%인 2500만 명에 달하는 시아파 무슬림이다. 세계 2위 규모의 시아파 인구를 보유한 파키스탄은 이란과 역사적으로 복잡하면서도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파키스탄 내 시아파 무슬림 인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 무니르 참모총장은 미국과의 밀착 등을 이유로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 세력으로부터 ‘종교적 저항’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달 19일 파키스탄 내 시아파 거주 지역에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소식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무니르 참모총장이 지난달 23일 “이란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은 이란으로 가라”고 말하자, 시아파 성직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종 노릇을 한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 소재 뉴라인스 전략정책연구소의 캄란 보카리 선임 국장은 NYT에 “미국이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은 파키스탄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파키스탄은 이란 정권이 심각하게 약화되더라도 테헤란의 국가 체제 자체가 붕괴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출처=해방군보이번 합의 과정에서 중국의 위상도 부각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NYT에 따르면 이란의 주요 동맹인 중국이 막판에 개입해 이란 측에 유연성을 발휘해 긴장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란 석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절실한 중국이 파키스탄의 중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휴전 협상이 성사될 경우 중국이 이란 정권의 붕괴를 막고 경제적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일종의 ‘암묵적 보증’ 을 약속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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