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구금 사태 8일만에… 316명 무사히 귀국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2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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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인도네시아 근로자까지 총 330명 도착
마중 나간 강훈식 “더 빨리 모시지 못해 송구”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5.9.12.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체포돼 일주일간 구금됐던 우리 국민 316명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4일 조지아주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지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된 것이다.

한국 근로자 등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는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현장에서 박수를 보내며 근로자들을 환영했다. 귀국한 근로자 다수는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이동했다. 가족과 통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입국장에서 취재진 쪽으로 손을 흔든 이들도 있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5.09.12.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귀국한 한국인 근로자는 316명이다. 외국 국적자 14명(중국 10명, 일본 3명, 인도네시아 1명)까지 포함하면 근로자는 총 330명이다. 이들은 현지 시간으로 11일 낮 12시(한국 시간 12일 오전 1시) 무렵 미국 애틀랜타 국제공항을 출발해 약 15시간 만에 귀국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2025.09.12. 사진공동취재단
강 비서실장은 인천공항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는 못해서 송구한 마음”이라며 “정부는 내 가족, 내 친구의 버려진 일을 해결한다는 자세로 구금된 우리 국민을 한시라도 빠르게 모시기 위해서 총력을 다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귀한 분들이 일상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심리 치료 방안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 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그러면서 강 비서실장은 “미국과의 업무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서 미국 비자 발급과 체류 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국인 근로자 총 316명과 외국 국적자 14명(중국인 10명·일본인 3명·인도네시아인 1명) 등 미 이민 당국 구금시설에 억류돼 있던 근로자 총 330명이 12일 오후 인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앞서 미국 이민당국은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300여 명을 불법 체류 혐의 등으로 구금했다. 이 과정에서 적법한 비자를 갖고 있거나 업무 중 문제가 없었음에도 이민당국에 구금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 이민당국의 내부 문건을 인용해 요원들이 합법 비자 체류자임을 알면서도 불법으로 한국 근로자를 구금했다고 전했다.

한국 근로자들이 구금된 시설은 열악한 환경 등의 지적을 받아온 조지아주 포크스턴 소재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소였다. 우리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에 나섰고,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구금자들의 건강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영사 면담에 돌입했다. 이후 강 비서실장은 7일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한국 근로자들을 태울 대한한공 전세기는 10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이륙했다.

12일 미국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한국인 직원의 귀국을 기다리는 가족이 반려견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9.12. 뉴스1
이후 한국 근로자들의 석방 및 귀국 일정이 돌연 연기됐다. 외교부는 “구금된 우리 국민의 10일(현지 시간) 출발이 미국 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즉각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과 미국 정부 간의 입장 차이가 발생했거나 미 정부 부처 사이에서 이견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진 출국이냐 추방이냐 논쟁을 하는 상태에서 물건을 돌려주고 있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이)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라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귀국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얼굴 배너를 든 시민단체가 시위하고 있다. 2025.9.12/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 때문에 귀국 일정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인 구금자들이) 귀국하는 것과 미국에 남아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 등의 입장을 알기 위해 귀국 절차를 일단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근로자들이 미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곧 이들의 신분 문제나 재입국 시 불이익을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근로자는 구금된 지 일주일 만인 11일 ICE 구금소에서 나왔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손을 잡은 이가 있는가 하면,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든 이도 있었다. 이들의 손과 발에는 수갑이나 쇠사슬이 묶여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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