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순방서 최우방 이스라엘 패싱…양국공조 ‘균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14일 11시 36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양국 투자 콘퍼런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리야드=AP/뉴시스

미국의 핵심 동맹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 시간) ‘중동 순방 나선 트럼프, 이스라엘 소외시키며 충격 안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중동 지역의 중요 현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부터 1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최우방국인 이스라엘을 건너뛴 것이다. WSJ는 이를 계기로 “양국이 중동정책에 완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최근의 사례를 전했다.

12일 미국은 하마스와 직접 협상해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마지막 인질 생존자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시켰다. 문제는 미국이 이 협상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미국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를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에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할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됐다.

인질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종결하고 7일 돌연 휴전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표됐다. 특히 미국은 후티 반군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조건도 받지 않았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휴전 직전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타격했고, 휴전 발표 이후에도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 안보의 최대 위협국가인 이란과 미국의 협상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내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할지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기존 ‘절대 불가’ 입장에서 다소 유연한 태도로 선회한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도 비대칭이 드러난다. 이스라엘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17%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많은 이스라엘 국민의 예상보다 훨씬 강경하다”라며 “그는 첫 임기에는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었지만, 두 번째 임기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되어버렸다”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을 분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미국은 중동에서 이스라엘을 포함하지 않은 새로운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싱크탱크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양국의 허니문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가 아닌 미국 대통령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라고 말했다. 앞서 9일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모든 것을 말할 필요는 없다”고 공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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