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국방비, GDP의 5%로 늘려야” 첫 공식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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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동맹국에도 구체적 수치 제시
올해 한국 국방비는 GDP의 2.39%… 美요구 수용땐 ‘61조→130조’로 껑충
동맹국에 자체 방위력 강화 요구… 美, 확장억제 축소 나설 가능성도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9일 한국 등 아시아 동맹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19일(현지 시간) 밝혔다. 그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아시아 동맹국들의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지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요구해 온 ‘5% 기준’을 아시아 동맹국에도 그대로 적용해 압박하겠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18일(국방부 예산안 상원 청문회)과 샹그릴라 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서 말했듯, 미국의 유럽 동맹들은 특히 아시아에서의 동맹 기준도 설정하고 있다”며 “그 기준은 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의 국방예산은 약 61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명목 GDP의 2.39% 수준이다. 5%로 올릴 경우 당장 내년부터 국방비로만 130조 원을 넘게 써야 한다. 이 경우 복지와 교육 등 필수 예산을 줄여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이 같은 국방비 증액 압박에는 대(對)중국 억제 등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역할 재조정을 확대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운용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일본 등엔 미군 역할을 대신할 만큼 충분한 국방비를 증액해 자체 방위 역량을 키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헤그세스 장관은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아시아 동맹들을 겨냥해 “동맹과 우방이 제 역할을 하기를 우리는 요청, 아니 강력히 주장한다”며 직설적인 표현으로 국방비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 조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맹에 국방비 대규모 증액을 통한 방위력 강화를 요구하는 배경에 향후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 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4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때 직접 한국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고 있는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일 “앞으로도 한반도 방위나 역내 평화, 안정에 대한 어떤 필요한 능력 태세를 구비할 수 있도록 한미는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 가고 있고, 여러 상황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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