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에 의해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 에비아타르 다비드가 가자지구의 한 터널 안에서 자신의 무덤일지도 모른다며 땅을 파는 장면이 하마스의 선전 영상에 담겼다. 이 영상은 그의 가족의 승인 하에 언론에 공개됐다. 이스라엘인 실종자 가족 포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자신들이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영상을 이틀 연이어 공개하면서, 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완전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무장 해제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전쟁 중단 조건 중 하나인 무장 해제 요구를 공식 거부한 것이다.
타임즈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모처 어두운 땅굴에서 생활하는 이스라엘인 인질 에비아타르 다비드(24)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날 영상 속 다비드는 매우 마른 상태로 좁은 지하 터널 안에서 삽을 든 채로 “이곳이 나의 무덤일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자신이 직접 스스로 무덤을 파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또 다비드는 땅굴 안에서 자신이 쓴 달력을 가리키며 “며칠간 음식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향해 “나는 총리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 총리는 나와 적에게 잡힌 모든 인질들을 걱정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공개된 영상에선 그는 좁은 땅굴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고, 영상은 이와 가자지구 내 영앙실조가 걸린 아이들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점령군이 그들을 굶기기로 결정했다”라며 올 3월부터 가자지구 진격 및 전면 통제에 들어간 이스라엘군 측을 비난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이 계속되는 한 저항과 무장이 우리의 정당한 법적 권리임을 재확인한다“라며 무장해제 요구를 일축했다.
이런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기아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식량을 받기 위해 모인 민간인 수십 명이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참극이 또 발생한 것. 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의 배급소 인근 두 곳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최소 10명이 숨졌다.
북부 넷자림 회랑 인근 배급소 근처에서 8명, 남부 라파 샤쿠시 지역에서는 2명이 각각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굶주린 상태에서 식량을 받기 위해 모였던 민간인들이었다고 의료진과 현장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번 사망 사건은 스티브 윗코프 미 백악관 중동 특사를 비롯한 미 정부 대표단이 전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 GHF 배급소를 시찰한 직후 벌어졌다. 같은 날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위치한 지킴 검문소에서도 식량을 구하러 몰린 주민들 사이에서 총격이 발생해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해당 발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GHF 측 역시 배급소 인근에서는 별다른 충돌이 없었으며, 군중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최루 스프레이와 공포탄만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3월, 하마스가 구호품을 강제로 빼앗고 있다는 이유로 가자지구 물자 반입을 전면 차단했다. 이후 기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5월 들어 봉쇄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구호품 배급은 미국과 공동으로 설립한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서 이뤄지게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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